▲ 이대환 작가·계간 문학지 `ASIA`발행인

대체로 우리는 어떤 일화를 통해 그 주인공의 사람 됨됨이를 짐작한다. 이때 `사람 됨됨이`란 그의 향기와 고뇌와 신념을 아우르는 말이니 `영혼`이라 불러도 괜찮을 것이다.

지난 10월초에 발간된 계간 문학지 `ASIA` 제34호에서 나는 중국 주석 시진핑(習近平)의 사람 됨됨이, 곧 그의 영혼을 짐작케 해주는 일화와 만났다. 중국 서남민족대 한국어학과 교수 허련화가 `ASIA`에 보내온 통신 성격의 글부터 옮겨놓는다.

<올해 들어 중국 문단에서 새롭게 조명 받는 작고(作故)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쟈따산(賈大山, 1943~1997)이다. 쟈따산은 허베이성 쩡띵 사람이다. 1978년에 단편소설 `경(經)을 구하다`가 전국 제1회 우수단편소설상을 수상, 1980년대에 문단에 이름을 날렸다. 불행하게도 그는 1997년에 식도암으로 세상을 떴다.

쟈따산은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의 망년지교였다. 쟈따산이 세상을 뜬 이듬해 시진핑은 `따산을 추억하며`란 추모의 글을 썼었다. 올해 1월 12일 허베이성 작가 캉쯔강이 자신의 블로그에 시진핑의 이 글을 올렸고, 잇따라 광명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이 글을 게재하면서 인터넷 검색어 순위가 오르는 등 추모열기가 뜨겁다.

시진핑은 1982년 3월 중앙부처에서 허베이성 쩡띵현으로 내려가 부서기 직을 수행하게 됐다. 그때 쟈따산은 현 문화관 직원이었다. 쟈따산 소설의 애독자였던 시진핑은 쩡띵에 부임되어 간 뒤 어느 겨울날 황혼 무렵에 쟈따산의 집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비록 나이가 열 살이나 차이가 났지만 첫 만남부터 오랜 지기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우정은 1985년 5월 시진핑이 쩡띵현을 떠날 때까지 지속됐으며 이별을 앞둔 마지막 만남에서는 서로 아쉬운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 3년 동안 두 사람은 때로는 쟈따산의 집에서 때로는 시진핑의 숙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늘 밤중에서야 헤어지곤 했다. 심지어 몇 번은 새벽 두세 시가 되어서야 이야기를 끝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집까지 배웅해 줬는데, 쟈따산이 시진핑의 숙소에까지 배웅을 해주는 날이면, 대문을 걸어 잠그고 잠든 경비원을 깨우지 않으려고 시진핑이 담장 밑에 쭈그려 앉으면 쟈따산이 그의 어깨를 딛고 담장을 뛰어넘어 대문을 열곤 했다. 그 기간에 쟈따산은 또 시진핑의 추천으로 쩡띵현 문화국 국장을 맡기도 했다.

시진핑은 쩡띵현을 떠난 후에도 매년 쟈따산에게 연하장과 선물을 보냈고 가끔 편지를 주고받던 중, 1995년에 쟈따산이 식도암에 걸려 북경에서 수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마침 북경에 출장 간 기회에 시간을 내서 병원을 찾아간 시진핑은 이별할 때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1997년 쟈따산이 세상을 뜨기 약 10일 전에 시진핑은 마지막으로 쩡띵현에 가서 쟈따산을 위문했는데 그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슬픈 눈물을 흘렸다. 시진핑의 요청으로 두 사람은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겼다. 이 사진은 역시 쟈따산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이기도 하다.> 쟈따산의 단편소설들은 대부분 중국 문화대혁명(1966~1976)의 암울한 시기와 문화대혁명 직후 새로운 역사 시기를 배경으로 허베이성 농촌마을과 시장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상과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혁명 공신인 시진핑의 아버지는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의 피해자였고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의 동지였으며, 그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시골에 박혀 있는, 잘 팔리는 인기작가도 아닌, 그러나 더 사람다운 세상을 꿈꾸는 순정한 고뇌를 보듬고서 그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나가는 작가의 영혼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시진핑의 푸른 영혼, 숙소 경비원을 깨우지 않으려고 작가에게 자기 어깨를 내줘서 담장을 넘게 하는 시진핑의 푸른 영혼이다.

중국 고위층의 부패와 투쟁하는 시진핑, 한국 대통령 박근혜를 보며 미소 짓는 시진핑,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는 시진핑. 이제 나는 그의 영혼에 인간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을 자살에 이르게 만드는 부자들만 따로 모아서 쟈따산과 시진핑의 저 담치기를 조곤조곤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