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최근 헌법재판소가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현재 선거구별 인구 편차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대로라면 수도권의 의석수는 늘어나겠지만, 대구·경북지역의 의석수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표의 등가성도 존중돼야 하지만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이나 국가균형발전의 당위성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해 향후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대의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사가 정확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정치의사결정에 반영돼야 하므로 등가성과 함께 유권자의 사표(死票) 최소화도 중요한 관건이 된다. 그래서 우리 정치권에서 주목해 온 것이 독일식 정당명부제며 그 골격을 앞서 지면에서 살펴봤다.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원칙적으로 절반씩 구성되는 정당별 총 의석수는 정당 지지율에 의해서만 결정되며 상황에 따라 `초과의석`이 용인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 우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또 다른 특징은 후보자가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통일의 과업을 이뤘고 16년 동안 장기 집권한 헬무트 콜 전 총리도 두 번이나 지역구에서 낙선했으나 그때마다 비례대표로 등원한 정치인이다. 헬무트 콜은 현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대부이기도 하다.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절반으로 구성되고 동시호가가 가능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정당들이 전략적으로 특정후보들을 배치하기도 한다. 지역의 경조사 등을 빠짐없이 챙기는 등 골목대장형 지역구 정치인도 필요하지만, 국가의 과업들을 특정지역과 관계없이 균형적으로 챙기는 정치인도 필요하다는 의미 때문이다.

이렇게 구성된 연방의회(Bundestag)의 직무가 시작되는 독일국회의사당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베를린 중앙역에서 다리 하나만 지나면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누구든지 방문할 수 있지만 예약은 필수다. 1918년까지 독일제국의회의사당으로 사용됐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국회의사당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로 집중적인 포격을 맞았던 건물이다. 독일의 분단으로 수도 베를린이 본으로 옮겨지면서 잠시 사용되지 않다가 통독 후 수도가 다시 베를린으로 복귀하면서 독일국회의사당으로 자리 잡았다.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대적인 재건축이 이뤄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한눈에 보여주는 건물이다. 자연광, 반사판 등 최첨단 친환경공법이 동원된 건물이기도 하다.

의사당 건물 입구에는 `Dem Deutschen Volke(독일 국민에게)`가 웅장하게 새겨져 있다. 국민을 존엄하게 받들겠다는 선언이다. 의사당내부에는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대형 돔이 만들어져 있다. 투명한 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회의장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국민이 언제나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으니 투명한 정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국회는 언제나 시민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나선형의 대형 돔 중간 중간에서는 베를린 시내의 모든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경이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독일 의사당의 특징이다.

국회의사당 내부를 보면 마치 예술작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5t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웅장한 독수리가 전면에 걸려 있고 내부 좌석의 배치는 우리나라 국회와는 달리 완전한 둥근 원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이다. 국민들이 늘 지켜볼 수 있도록 투명한 돔 위아래 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상당수의 의원 개인 집무실에는 앞뒤가 뾰족한 스포츠형 배들이 천정에 매달려 있다. 거기에 오늘날 독일 연방의회의 모습을 대변하는 각오가 인상적이다.

`죽을 힘을 바치며 최선을 다하라!`, `정정당당 하라!`, `협력하고 승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