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김현길 호미곶등대지기

▲ 김현길 포항 호미곶등대지기가 독도 홍보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땅 독도의 소중함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서 저의 작은 재능을 기부하고 싶습니다”

경북 동해안의 등대를 지키며 스스로 습득한 능력으로 독도지킴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등대지기가 있어 흐뭇한 미담이 되고 있다. 포항 호미곶등대지기 김현길(47)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지난 1999년부터 포항지방해양항만청 해사안전시설과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경북 동해안지역 등대를 지키고 있다. 올해로 만 15년째다.

기술직 공무원인 그는 1~2년마다 근무지를 바꿔야 하는 직업특성상 포항, 경주, 울진, 울릉에 위치한 6곳의 유인등대를 오가며 어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그동안 거쳐온 여러등대 중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를 수호하는 독도등대를 가장 기억에 남는 근무지로 꼽았다. 초임지였던 경주 송대말등대에서 2년 간의 근무를 마친 그는 지난 2001년부터 2년여간 독도등대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는 “처음 독도에 갔을 때는 물이 부족(해수담수화설비를 이용해 바닷물을 끌어다 쓰는)해 비가 내리는 날에는 독도경비대원들과 비를 맞으며 샤워를 하기도 했죠(웃음). 온통 남자 뿐이라 부끄러울 이유가 없었거든요”라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육지에서 배를 타고 넘어와 1~2시간 머물다 떠나는 관광객들과는 달리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외딴섬에서 보내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이같은 이유로 김씨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독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는 일. 처음에는 취미삼아 한 컷, 두 컷 찍었던 것이 시간이 흘러 수십, 수백여개의 아름다운 작품이 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에 걸쳐 독도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동·식물과 수려한 자연을 렌즈에 담는 동안 그의 촬영기술도 나날이 발전했다.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독도에서 근무를 마치고 육지에 나온 뒤 포항, 진주, 양산 등지에서 독도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개인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특히, 포항운하가 완공되는 시점에 맞춰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일주일 간 포항운하관에서 개최한 독도 사진전은 가장 잊지못할 가슴벅찬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외에도 독도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한국재능기부봉사단(KTDC)에 작품을 기증하고 매년 10월 포항에서 개최되는 독도의 날 기념행사에서 전시하고 있다.

김현길씨는 “우리나라에는 독도를 위해 설립된 단체는 많지만 독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독도를 빌미로 돈을 벌려고 하기 보다는 우리가 독도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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