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환 작가

“밤늦게 죄송합니다. 오늘 이병석 의원께서 배포한 보도자료 보셨지요. 내년 남북구 심지어 울릉도 독도 예산까지 혼자 다한 것처럼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기재위에 있는 제가 허수아비입니까. 한마디 의논도 없이 이런 식의 내년도 예산 보도자료 내면서 남구의 박 의원과 함께했다는 일언반구도 없이 정말 이건 아니네요. 어안이 벙벙합니다. 자료를 받아본 기자들이 오히려 박명재와 같이 했다고 고쳐 보도한다고 들었습니다.(중략) 누구보다 기재부 부총리 차관 예산실장 예산국장 과장 접촉하면서 가장 예산 확보에 애쓰는 사람이 저입니다. 그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생색을 내고 싶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어이가 없어 글 보냅니다. 정말 국회부의장까지 한 4선 의원으로 너무 하네요”

인용한 글은 지난 5일 밤에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포항 남·울릉)이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SNS 세상이니 사이버세계를 기웃거리지 않는 나에게도 스며들었다.

관련 기사를 뒤져보니 박 의원이 7일 새벽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은 스스로 자랑하면 빛이 바래고 혼자 독점하면 적이 생기고 공이 세상을 뒤덮으면 목숨이 위태롭다`라는 글도 올렸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의 치열한 다툼 같은 장면에 뜬금없이 중국 어떤 고전에 새로 등재해도 될성부른 가르침 한 수가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박 의원이 그토록 발끈한 발단은 그의 장문 문자메시지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대체 4선까지 지내고 있는 이병석 의원이 어떤 보도자료를 배포했을까? 관련 기사들이 잘 보여준다.

<지난 5일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이병석 의원이 `포항 내년 국비 1조6천억원, 사상최대`란 보도자료에서 “지역의 국비 예산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게 된 것은 지역발전을 뜨겁게 염원하는 포항시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환태평양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포항시민 여러분과 함께 더 열심히 뛰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만 보면, 이병석 의원은 열심히 뛰었는데, 박명재 의원은 갑자기 발병이 났는지 아니면 발이 부르트도록 뛰었는지를 알아차릴 재간이 없다. 그러니까 박 의원은 기자에게 보낸 저 문자메시지로 이 의원의 보도자료를 반박했던 것이다.

이병석 의원이 `사상최대`라 자랑한 그 국비 예산에도 `포항과 관련이 깊고 다른 지역들과도 관련이 깊은 국가적 SOC 예산`이 압도적이다. 동해중부선(포항~삼척) 4천540억원, 동해남부선(울산~포항) 3천762억원, 울산-포항 고속도로 1천357억원, 포항~영덕 고속도로 150억원 등이 그러하다. 1조6천억원 중 거의 1조원에 가깝다. 그나마 현재는 `정부안`일 뿐이다. 국회에 넘겨지면 야당에게 무슨 트집을 잡혀 얼마나 깎일지 모르는 단계다. 그리고 동해중부선 하나만 봐도 포항의 두 국회의원만 뛰어다닐 사안이 아니다. 영덕 울진의 강석호 의원이나 그 위쪽의 강원도 의원도 열심히 뛰어다녔을 것이다.

개인적인 마음을 드러내자면, 이 지면의 필자로서 나는 세계와 남북관계와 국가적 현안에 대한 사유를 내놓고 고향(포항)사람들과 소통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고향(포항) 문제를 피하려 해서 `포항소재문학상 폐지와 한흑구문학상 제정`만 다뤘던 것 같다.

그런데 고향의 두 의원이 철부지처럼 공(功)다툼 하는 모습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포항 국회의원이 포항시민의 의식수준을 초등학생 수준으로 여기거나 60년대 70년대의 수준으로 얕보지 않는 다음에야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을 이 부끄러운 사건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두 의원 중 누가 더 잘못이 큰가에 대한 판단은 시민 개개인의 몫이지만, 더 근본적인 책임은 포항시민의 것이다. 국회의원이 없는 자리에선 험담을 퍼부어도 막상 그 앞에서는 대단한 권세가와 만난 듯이 손바닥을 부비며 웃음이나 팔아대고 있으니….

어제가 한글날이었다. 훈민정음 창제에는 `어리석은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의 정신이 담겼지만 요즘 그런 백성은 없고 시민과 언론이 국회의원을 계도하는 세상이니, 진짜로 정치를 하겠다면 이제라도 `세종 리더십`은 공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