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황정애 독거노인생활관리사

▲ 촬영에 앞서 황정애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아이고, 신문에 나오면 할머니들이 제 사진 예쁘게 오려서 밥풀 묻혀 벽에 붙여 놓을덴데!”라며 옷매무새를 만졌다.

“할머니 한 분 한 분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 황정애(52)씨는 할머니들을 떠올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동안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는지 그녀의 눈은 반짝였고,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하나뿐인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중국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다. 주위 사람들의 추천으로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위덕대학교에 07학번 늦깎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야간 수업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면서 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

황씨는 현재 해도동에 홀로 살고 있는 30여 명의 할머니들을 담당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가정방문을 하고 주 2회 전화를 걸어 할머니들의 안전을 묻는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그를 `수호천사`라고 부른다.

처음엔 할머니들과 친해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딸처럼 가까이 다가가 손도 한 번 쓰다듬고 무릎도 주물러 드린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골목 어귀에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으면 창문을 내리고 반갑게 인사한다. 이제 해도동에 파란색 마티즈 차량이 떴다하면 할머니들은 황씨가 온 줄 알고 버선발로 반긴다.

이 일을 어느새 8년째 하고 있다. 이제 그녀는 더이상 할머니들의 말벗이 아니다. 한가족처럼 지낸다. 자신이 죽으면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며 통장이 어디에 있는지도 미리 말해준다.

말수가 적은 한 할머니는 황씨가 방문할 때마다 꽁꽁 숨겨 두었던 요구르트를 슬쩍 꺼내 내민다. 겨울엔 이불 밑에 넣어 뒀다 꺼낸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지만 황씨에게 주려고 마시지 않고 간직한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해 가방에 담아 챙겨 온다고.

“작년엔 담석증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할머니 세 분이 실버카를 끌고 나와 버스정류장 근처 전봇대에 묶어 두고 문병을 오셨더라고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 눈물이 핑 돕니다”

황씨는 가정방문을 통해 할머니들이 불안을 느끼거나 위험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미리 예방책을 세운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기업과 단체로부터 지속적인 봉사활동과 후원금이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들에게 생필품과 난방비 등을 나눠줄 수 있게 돼 요즘 매일매일 신바람이 난다.

“저도 힘들고 우울할 때가 있죠. 그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고 할머니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힘이 절로 솟아 납니다. 치매에 걸려 가족도 못 알아보면서 유독 저만 찾으시는 할머니도 있어요. 그 분들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이제 제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족입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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