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역 부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빈집 방치` 부산감천마을
레지던시 조성사업으로
세계 관광객 발길 이어져

100년 후 지역 내다보고
시민 모두 마음·뜻 모인
랜드마크 조성사업 절실

■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역은 어떤 곳인가
② 포항시·코레일의 활용방안
③ 외국 사례로 본 개발대안<상>
④ 외국 사례로 본 개발대안<하>
⑤ 지역 실정 맞는 아이템 필요
⑥ 지자체 넘어 시민이 주도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한복, 김치, 온돌문화.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 의식주(衣食住)이자 세계로 뻗어나가 외국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전통문화 유산들이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대명사 `난타`도 그중 하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난타`는 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린 공연이지만 1997년 초연을 시작으로 아시아 최초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오픈런 공연 기록을 세우는 등 43개국 280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치며 한국 문화 위상을 세계에 떨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가 창의적인 재탄생 과정을 거쳐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해 세계를 주목시키고 있는 난타공연을 보면서 포항역이 오버랩되는 것은 포항역이 포항이라는 지역에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 글로벌 공간으로 개발할 수 없을까 해서다.

앞서 보도된 외국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뮤지엄,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등 상징적인 조형물 조성, 영국 게이츠헤드시가 도시 이미지 변신을 위한 공공미술 활용사업등은 대표적인 벤처마킹 대상으로, 포항역 일원도 잘 만 개발한다면 세계인들을 불러 모으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터다. 다만, 어떻게 하면 포항역을 중심으로 한 문화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부산 사하구는 감천문화 마을 빈집들의 모습을 미리 엿 볼 수 있는 `감천문화마을 빈집 레지던시 조성사업-감내풍경`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2012년 아시아 도시경관 대상을 받는 등 요즘 국내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지만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볼거리 부족과 빈집 방치로 주변 미관 저해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부산 사하구는 세계적인 건축가 승효상 씨, 이탈리아 나폴리 단테 광장과 베를린 티겔공항을 건축한 프란시스코 사닌(미국 시라큐스 대학 교수) 건축가 등을 레지던시 사업에 참여시켜 감천문화마을을 한 층 업그레이드 하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결과는 적확했다.

부산 남천의 남루했던 거리와 문화 등은 세계적인 건축가 또는 예술가 등 전문가의 머리를 빌리자 몰라보게 달라졌고, 이내 국내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이르렀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낳은 산물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미술관 건립 등을 통해 글로벌 도시로 발돋움시키는 방식과는 다르다. 저예산 사업으로, 기존 문화를 동원한 지역 특화를 중심에 두고 있다. 이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포항과 같은 소도시의 자체 예산으로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만들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인만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의 몇몇 도시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만들기로 하고 사업 추진에 나섰지만 워낙 까다로운 조건과 예산 문제로 성공하지 못했던 사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를 더 높여준다. 내년 3월이면 흥해로 포항역이 옮겨감에 따라 지금의 포항역 개발에 대한 논의는 벌써 시작됐다. 이해관계가 얽힌만큼 현재 말도 많다. 결정에 앞서 벌어지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포항역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단 하나, 포항역 개발은 현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고통을 덜기 위한 막연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0년, 100년 후 우리의 미래들이 그 당시의 세대들이 정말 올바른 판단을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지혜로운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포항시민 모두의 마음과 뜻이 모인 랜드마크가 들어선다면 더없이 좋을 터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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