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중앙상가 `신길동매운짬뽕`

▲ 포항 시내에 위치한 신길동매운짬뽕. 입구로 향하는 계단엔 매운 맛에 도전하려는 손님들을 향한 경고문구가 보인다.

빙글빙글 별이 보이고 파르르 입술이 떨린다. 귀가 멍하고 머리까지 띵하다.

포항 시내 중앙상가로 라라코스트 앞 사거리 맞은편에 위치한 `신길동 매운짬뽕`의 대표메뉴인 `매운짬뽕`을 맛 보는 순간, 매운 맛의 위력이 이렇게 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집은 매운짬뽕 한 그릇을 국물까지 모두 먹을 경우 음식 값을 따로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절대 함부로 도전해선 안 된다. 5천원 아끼려다 병원비가 더 들 수 있다. 결코 만만치 않은 매운 맛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 신길동매운짬뽕의 대표메뉴. 인공화학 캡사이신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인도산 천연재료로 매운 맛을 내 손님들의 눈물과 콧물을 쏙 빼고 있다.
▲ 신길동매운짬뽕의 대표메뉴. 인공화학 캡사이신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인도산 천연재료로 매운 맛을 내 손님들의 눈물과 콧물을 쏙 빼고 있다.

일단 이 짬뽕집을 찾아가는 동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가까운 편의점에라도 들러 우유를 마시고 갈 것을 추천한다. 몸속의 내장기관들이 놀라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단단히 해둘 것.

신길동매운짬뽕의 메뉴는 단 세 가지뿐. 매운짬뽕과 우동 그리고 김밥이 전부다. 둘이서 갔다고 짬뽕 두 그릇을 주문했다간 구급차 부르는 건 시간문제다. 인원수대로 짬뽕만 시키기 보단 우동과 김밥을 적절히 섞어 주문하는 것이 좋은 방법.

매운짬뽕의 첫 인상은 일반 짬뽕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부드럽고 청순한 비주얼이다. 새빨간 국물에 쫄깃한 면발, 큼지막하게 자른 호박과 양배추 등 각종 야채들이 올라가 있다. 홍합으로 한껏 외관적인 멋도 살렸다.

먹은지 5분 후, 드디어 짬뽕이 위에 도착했는지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속이 쓰리다 못해 심지어 쥐어짜듯 아파온다. 다리에 점점 힘이 풀리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핑~`돌기 시작한다. 어라, 반짝반짝 별까지 보인다. 죽을 맛이다. 그런데 자꾸만 숟가락은 국물로 향하고 젓가락은 면발을 찾고 있다.

테이블마다 땀 닦은 휴지가 쌓여간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저기요~”하며 여기저기서 점원을 부르고 우유와 쿨피스를 찾는 주문이 이어진다. “씁~하, 씁~하”비명소리 외엔 들리지 않는다. 이곳에선 그 어떤 대화도 이어질 수 없다. 매운 맛에 취해 오로지 내 몸의 반응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건더기는 모두 먹었지만 매운 국물을 다 마시지 못한 7번째 완뽕 도전자 윤모(33)씨는 “평소 청양고추를 즐겨 먹을 정도로 매운 맛을 좋아해 완뽕에 도전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해 포기했다”며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얼큰하면서도 달짝하니 맛까지 좋아 매운 맛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또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가게 내부 곳곳에 붙어 있는 메모지엔 손님들의 다양한 소감이 담겨 있다.
▲ 가게 내부 곳곳에 붙어 있는 메모지엔 손님들의 다양한 소감이 담겨 있다.

손님들이 매운짬뽕을 맛보는 내내 점원들은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 사장 이정훈(33)씨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 말고 나와 손님들의 완뽕 도전을 오히려 말릴 정도. 그는 “정말 매운데 이 매운 맛을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직접 맛 보면 화끈한 매운 맛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문의 054-255-5003, 낮12시~밤10시, 격주 월요일마다 휴무)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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