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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직원

▲ 졸업생을 포함한 소속 교직원의 이름을 새겨넣은 서각 지구본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직원 이경수씨.

포스텍 한 교직원이 졸업생들의 이름을 아로 새긴 이색 조형물을 설치해 화제다.

주인공은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직원 이경수(47)씨. 그는 자신이 직접 만든 직경 70cm 크기의 4개 서각(書刻)지구본에 2010학년도부터 2012학년도 졸업생까지, 모두 3년 동안의 졸업생 236명의 이름을 촘촘히 새겨 기계공학과 구성원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제5공학관 계단 통로 벽면에 설치했다. `포스텍 ME, 세상을 밝히는 빛`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지구본 서각은 학과 고유의 조형물을 통해 소속감을 높이고, 자긍심을 키우고자 하는 의도로 지난해 3월부터 본격 작업에 착수, 1년 넘게 걸려 제작한 것.

이 씨의 서각작업은 이번에 두번째. 2년 6개월여 전에도 가로 5.4m×세로 3.2m 크기의 세계지도 모양의 대형 서각에 포스텍 기계공학과 1회 졸업생부터 2009학년도 졸업생을 포함, 소속 교직원 등 모두 1천500여명의 이름 등 총 4천998자의 글자를 새겨 넣은 조형물을 설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시간 꼬박 작업에 매달리면 약 10자 정도를 새길 수 있음을 감안하면 그가 이 서각에 쏟은 땀과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이번에 만든 지구본 서각은 신규 졸업생이 배출됨에 따라 자연히 이름이 누락될 수밖에 없는 2010년 이후 졸업생들이 많이 아쉬워한데다 `서각`이라는 취미 활동을 통해 더 큰 보람을 찾기 위해 도전, 이뤄냈다. 앞으로 다른 비어있는 지구본 세 개도 이렇게 채워나갈 계획이다. 이씨가 일과 후 저녁 시간은 물론 휴일도 잊은 채 1년 넘게 몰두한 서각 작업의 대가는 전혀 없다. 포스텍 기계공학과가 200여만원 정도의 원재료인 은행나무 자재 구입과 건물 한 켠에 작업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 전부다. 다만, 나무조각을 지구본 같은 구형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준 기계공학과 학생들의 `재능 기부`는 이번 작업에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은행나무로 속은 빈 지구본 제작에 애로를 겪자 이 학과 대학원생 유태종씨 등이 나서 전문지식을 활용해 보기에도 깔끔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원리를 가르쳐 준 것.

이 조형물은 20개의 정육각형과 12개의 정오각형 등 모두 32개의 은행나무 조각을 연결시켜 축구공처럼 제작돼 있어 처음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허강열 포스텍 기계공학과 주임교수는 “아주 큰 돈을 들인 인테리어와도 비교될 수 없는 정성과 땀이 깃들어 있기에, 학생들의 동기 부여가 되고, 동문들의 모교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며 이 씨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경수 씨는 “서각에 대한 개인적 취미가 내가 속한 일터의 발전과 다른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 오히려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사실 힘들고 고된 작업이기는 했지만, 멋진 조형물로 포스텍 기계공학과의 역사와 함께 계속할 것이기에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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