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프랑스에도 우리나라와 꼭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유사한 추석이 있다. `투생(Toussaint)`이 바로 그것이다. 매년 11월1일, `투생`은 프랑스의 가을 명절로 일컬어질 정도로 가톨릭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모든 성인의 축일이기도 하다.

이날에는 우리처럼 성묘를 가듯이 프랑스인들도 고인의 무덤을 찾는다. 차이가 있다면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대신 그들은 무덤에 꽃을 바칠 따름이다.

이날이 오면 우리에겐 각종 추석 선물을 마련하느라 분주하지만 프랑스에서는 꽃가게가 우리네 대목처럼 북적거린다. 비록 이날이 연휴는 아니더라도 직장의 형태에 따라 연휴를 만들어 가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올해 프랑스의 투생은 마침 토요일이어서 자연스레 연휴로 이어져 많은 프랑스인들은 가을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며칠 후면 다가올 올 추석에는 어김없이 인구의 대이동이 이뤄진다.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다. 한가위 보름달 같은 넉넉한 고향의 인심을 찾아 나서는 설레는 귀성과 풍성한 고향의 인정을 담고 다시금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가는 귀가(歸家)는 어김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연례행사다.

프랑스에도 각 도시의 대대적인 귀성귀가가 있다. 8월말이나 9월초인 이맘때가 되면 휴가를 떠난 파리 등 각 도시 사람들이 일제히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의 추석을 방불케 하는 대이동이다. 귀가하는 사람들 중에는 대서양이나 지중해지역 등 해외에서 휴가를 보낸 사람도 있지만, 프랑스 자국 내 어디선가 머물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농촌에서 휴가를 보낸 사람들이다. 농촌이 고향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흙냄새를 맡으며 뿌리를 확인하려는 농촌순례다. 프랑스는 선진공업국이면서도 선진농업국이다. 프랑스는 비옥하고 넓은 농토와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나라다. 그들은 아직도 농민의 자손이요 땅의 자손이라고 믿고 있다.

주변국의 언론들은 이 같은 프랑스인들의 행보를 두고 알뜰한 휴가를 보낸다고 강조하지만, 결국은 그들의 애농(愛農)정신을 곁들여 보도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는 유럽연합공동농업정책에서도 항상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과 농산물협상에서 가장 눈치를 살피게 되는 것 중의 하나도 프랑스의 농심(農心)이다.

프랑스의 애농정신은 각별하다. 프랑스 정부에서 학생들의 농촌체험을 의무화할 정도다. 때문에 많은 농가들은 농촌체험을 위한 시설에 투자한다. 인근도시의 유치원이나 학교관계자들과 함께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농촌체험활동 등을 통해 농촌을 재발견하며 도시와 농촌의 활발한 교류와 소통을 통해 상생하는 삶의 터전이 이뤄진다는 교훈도 덤으로 획득한다. 현업농가들이 운영하는 조직들도 있다. 농가레스토랑에서 식사나 포도주를 시음하거나 포도수확, 우유 짜기 등 체험을 마치고 관련 농산품을 공동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환경보존과 관련한 농촌생태마을 알기기 위한 공동브랜드 마케팅까지 벌이기도 한다.

우리에게도 분명 남다른 애농과 애향정신이 있다. 추석이면 되풀이되는 민족 대이동이 그것을 말해준다. 60, 70년대에 호미와 낫을 던지고 산업현장을 찾아 도시로 달려갔다. 이때부터 우리는 산업화를 기반으로 급속한 성장을 해 왔고 이에 따른 인구의 도시 집중화는 불가피 했다. 추석이면 자연스럽게 고향과 농촌 그리고 우리의 뿌리를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일부 외신들은 우리 민족의 대이동을 놓고 가족 친척 중심으로만 뭉치려는 애향정신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어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향정신과 더불어 애농정신이 더욱 더 부각되도록 모두가 신경을 썼으면 한다. 앞으로도 반복될 해외 농산물협상에서 득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