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김윤정 市 민원콜센터장

▲ 김윤정 포항시 민원콜센터장은 민원인들에게 첫째도 둘째도 친절이라고 말했다.

하루 700~800통 전화 받아
감사편지 한달 10여통 답지
취객 억지불만땐 가장 곤혹

“대낮에 술취한 민원인이 억지불만 털어 놓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 하지만 친절하게 도와줘서 고맙다며 감사전화가 올 때에는 쌓였던 피로감도 눈 녹듯이 사~르르 녹습니다.”

포항시 민원콜센터 김윤정(41)센터장은 콜센터 상담사들의 고충과 애환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지난 2012년 포항시 민원콜센터가 생기면서 센터장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된 그는 민원인들에게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이라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8월 대구에 사는 김모(78)씨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김씨는 차량문제로 포항시에 전화를 하게 됐는데 일면식도 없는 민원콜센터장이 너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줘 일을 말끔하게 처리하게 됐다면서 그 은혜를 잊지못해 감사편지를 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콜센터장 같은 분은 분명 타의 귀감이 되고도 남는다며 시장이 큰 상을 주고 사기를 북돋워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같은 감사편지는 한달에 10여통 정도 온다.

포항시 민원콜센터 상담사는 센터장을 포함해 모두 12명.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30분 퇴근할 때까지 상담사들이 받는 전화는 대략 700~800여통. 이들 콜센터 상담사를 일컬어 흔히들 `감정 노동자`라고도 부른다. 전문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230개 직업군중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상위군에 상담사가 포함된다는 것. 스트레스의 강도는 해직 근로자의 그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김 센터장은 아침 일찍 민원인들과 전화통화를 하다보면 웃지못할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 술에 취해서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다짜고짜 “시장 바꿔라, XXX국장 연결해라”면서 무조건 호통을 치는 민원인들, 여기가 마치 소방서나 경찰서인양 실종된 사람을 찾는다는 전화까지 다양하게 온다는 것. 그래서 상담사들은 왠만큼 정신무장이 돼 있지 않으면 이곳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센터장은 지난 2일 상담사들과 함께 평소 안부전화를 드리던 50여명의 홀몸노인들의 가정을 찾아 생필품을 전달하고 자식역할까지 자처했다.

포항시 민원콜센터장으로 첫발을 내디디게 된 것은 KT대구콜센터에서 6년 동안 일한 경력이 계기가 됐다. 당초 KT 포항콜센터에서 근무하던 그는 KT대구 콜센터와 통합되면서 대구로 근무지를 옮겼고, 출·퇴근의 번거로움과 주말부부 등으로 불편을 겪어오던 중 KT대구콜센터 소장의 추천으로 포항시 민원콜센터를 노크하게 된 것.

김 센터장은 “주말에 아이들과 영화관람을 하는 것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법이다. 이제는 내공(內功)이 쌓여 왠만한 일에도 끄떡없이 일할 수 있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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