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어떤 나라 국민의 인성이나 풍속을 이용하는 마케팅이 에스노 마케팅(Ethno Marketing)이다. 민족 마케팅 혹은 인종 마케팅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민속 문화 밀착 마케팅으로 부르는 것이 아무래도 부드러운 표현이 될 것 같다.

유럽에서 에스노 마케팅이 발달한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독일이다. 각 지역의 기업에는 에스노 마케팅만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배치돼 있을 정도다.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뿐만 아니라 동구권 등 곳곳에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독일로 들어와 정착해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전후 경제성장기에 불가피했던 노동력을 외국 인력으로 채우면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독일은 지금까지도 외국 인력의 선별적인 유입을 허용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꼼꼼한 나라인 만큼,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자국 경제와 관련된 분석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다.

외국인 노동 유입과 경제성장률의 관계, 자국민의 일자리 변화 등은 기본적인 분석사항에 속한다. 이 외에도 독일은 자국으로 인력을 송출한 국가에 대해 송출한 이민자 숫자와 수출 관계 변화까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독일에 거주하면서 사용하는 독일 제품의 이미지가 노동자의 고국 가족이나 마을로 확산되는 정도까지 측정하는 것이다. 지자체 별로 특성에 맞게 독일 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민족적 성향이나 풍속의 변화 등 유행의 흐름을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다.

독일로 노동력을 가장 많이 송출한 나라는 터키다. 고급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사에도 터키인을 위한 에스노 마케팅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는 터키인의 20%가 벤츠를 타고 다닌다는 통계가 있다. 모두 생활이 넉넉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단순노동자로 생활하면서 갖게 되는 정신적인 보상심리도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스노 마케팅이 그저 상술에 그치지 않고 진심과 결합될 때 그 위력은 커지고 감동은 배가된다. 1987년 터키인을 상대로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약품을 개발한 제약업자 카를 토뫼(Karl Thomae)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터키 출신의 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에 다니면서 얻는 허리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그들의 아픔을 생각했다. 그는 독일에서 일하며 거주하는 사람 모두가 건강한 독일 시민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허리를 어루만지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과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 연고인 `피날곤`을 개발했다. 사업이나 돈벌이를 떠나 하나의 인간으로서 보여준 그의 마음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허리뿐만 아니라 외로움과 고독까지 감싸주었다. 독일어와 터키어로 함께 쓰인 연고 사용 설명서에도 그의 진심이 녹아있다. 노동의 강도와 시간대에 따라 마치 고국의 어머니가 손수 발라 주듯이 자상하고 감동적인 연고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었다. 연고를 바르며 눈물을 훔치는 노동자도 있었다. 피날곤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터키인 노동자는 물론 터키 본국인과 많은 유럽인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많은 외국 노동력이 필요로 하는 인력 유입국이 됐다. 외국 인력과 이민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는 국가 신뢰도는 물론 해당지역의 국제적 신뢰도와 직결된다.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금 경북지역의 농촌 등에서도 외국 여성과 가정을 이루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민족의 명철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다문화가정에서도 두고 온 고국의 향수에 빠지며 안부를 물을 것이다. 우리사회도 앞으로 다문화가정과 상생할 수 있는 에스노 마케팅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 국가뿐만 아니라 지자체차원에서 특성에 맞춰 추진할 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경북도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다문화정책을 뿌리내리는데 나름 기여해 오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앞으로 다문화가족의 특성을 더욱 더 고려한 세심한 정책을 추진해 여러모로 윈-윈하는 에스노 마케팅의 선진 경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