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절의 역사` 이숙인 지음 루른역사 펴냄, 424쪽

삼국사기에는 `도미(都彌) 부인`이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2세기 백제 때 인물인 도미 부인은 왕의 유혹에도 꿈쩍하지 않고 일편단심 남편 도미만을 사랑한 `열녀`(列女)의 전범으로 그려진다.

이 이야기는 조선 세종대에 편찬된 서민용 `도덕 교과서` 삼강행실도에 모범 사례로 실렸다. 이후 조선 여성들은 남편을 물어 가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거나 남편이 죽으면 함께 이승을 하직하는 등의 모습을 본받기를 요구받았다.

말하자면 조선시대에는 부부 사이의 개인적 도덕인 정절을 국가가 관리했다는 뜻이다. 이 시기 정절을 지킨 아내에게는 국가 차원의 보상이 이뤄졌고, 반대로 개가한 과부 등 `정절을 해친` 아내는 국가가 나서서 분노하고 응징하기까지 했다.

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이같은 정절 개념에서 조선시대 역사의 내밀한 원리를 읽어낸다. 신간 `정절의 역사`(푸른역사)에서 이 교수는 당시 몸과 마음의 순결과 신의를 강조한 유교 이념이 신하의 충절과 아내의 정절을 한데 묶어 정절을 가족과 국가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로 세웠음을 드러낸다.

책은 정치, 제도, 문화, 지식, 담론 등을 통해 조선시대를 전방위적으로 살피면서 정절 개념의 연원과 전개 과정을 찾아나선다. 조선경국전, 경제육전, 경국대전으로 이어지는 법전의 계보에서 정절이 명문화된 법으로 존재했고, 민간 사회에서도 향약을 중심으로 정절이 `도덕법` 기능을 했음을 확인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당시 국가 차원에서 정절 여성을 발굴해 널리 알리고 `음란행위`를 감시했다는 사실도 충분히 추론 가능한 일이다. 정절을 어긴 이른바 실행녀(失行女)의 남성 가족은 관직에서 물러나거나 관직 진입 자체가 봉쇄됐는데, 자손을 볼모로 여성의 행실을 감시한 것은 조선 사회 정절 문화의 특징이었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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