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 등 한반도 주변국간 외교 격량에 휩쓸려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은 과거 침략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며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기 위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하는 등 급격히 우경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해묵은 독도 영유권 분쟁으로 한일관계는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의 한국 방문 등 중국과 선린외교는 미국간 동맹관계도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은 외교적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주변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을 이해할 수 있는 신간들이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왜곡된 한·일 관계
설화 통해 역사적 사실 추적

 

▲ `한·일 고대 설화 비교분석`<br /><br /> 김화경 지음<br /><br /> 지식산업사 펴냄, 392쪽
▲ `한·일 고대 설화 비교분석` 김화경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392쪽

◆ 재미있는 한·일 고대 설화 비교분석

영남대 명예교수로 설화 연구에 오랫동안 매진해 온 저자가 일본 학계에서 왜곡한 고대 한일관계의 양상을 신화와 설화 자료를 통해 바로잡았다.

이 책은 한국이나 일본에 남아 있는 설화 자료들을 이용하여 일본 안에 한국에서 건너간 다양한 세력집단, 이를테면 신라나 가락국, 백제, 고구려 등의 이주민들이 일본에서 문화를 전파하였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 목적이 있다. 설화가 단순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허구가 아니라 당시 역사의 단면을 담은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근원을 추적, 역사적 사실을 찾아내려 시도했다.

저자는 1980년대 일본 쓰쿠바대학(筑波大學) 유학 당시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을 논리적으로 입증한 북한 학자 김석형(1915~1996)의 `삼한 삼국의 일본열도 분국설`을 접하고 이번 저서에 이를 인용했다.

한일 양국 설화를 비교·분석, 고사기(古事記)나 일본서기(日本書紀) 등 일본 역사서가 다른 지명을 마치 같은 것처럼 연결하거나 일본 내 지역을 한반도 지역인 진구 황후의 신라정벌 설화`나 `니니기노미코토 강탄 신화` 등을 분석해 논리적 모순을 지적했다.

日 지식인 위기의식을
서양문물 수용 원동력 해석

 

▲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br /><br /> 박훈 지음<br /><br /> 민음사 펴냄, 248쪽
▲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 박훈 지음 민음사 펴냄, 248쪽

◆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일본은 19세기 산업혁명과 헌정을 함께 이뤄 동양에서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한 나라였다.

사람들은 이를 가능하게 한 메이지 유신을 운운하며 조선의 근대화 실패 원인을 조선의 열등함에서 찾는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는 조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특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헌법, 의회, 국민국가, 자본주의 등 서유럽이 발명해낸 낯선 제도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 근대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당시 일본인들의 대외인식, 막부 세력과의 영향 관계, 개항을 둘러싼 정치세력의 입장 등을 살펴보며 정치사적 관점에서 메이지 유신을 접근한다.

일본의 지식인들이 메이지 유신 이전부터 해외로의 팽창을 주장했고, 서양 열강이 일본을 노리고 있다는 과장된 위기의식이 일찍부터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시각이 흥미롭다.

日 최근 100년 역사 풀이
군국주의 뿌리 탐색도

 

▲ `근대 일본`<br /><br /> 이안 부루마 지음<br /><br /> 을유문화사 펴냄, 229쪽
▲ `근대 일본` 이안 부루마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229쪽

◆ 근대 일본

현 일본의 정치·경제·문화를 결정지은 근대 100년의 역사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낸 책이다.

일본 문화 권위자인 저자는 근대 일본의 시기를 미국 페리 제독이 군함 4척을 이끌고 에도 만에 나타났던 1853년부터 도쿄올림픽이 열린 1964년까지로 규정하고, 일본의 침략과 약탈, 패배와 재건의 역사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책은 일본이 고립된 섬에서 군사국가로, 또 민주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을 서술하면서 일본이 왜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질서를 발전시키지 못했는가를 분석한다. 또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독일, 중국과 비교하며 설명해준다.

지난 1일 일본 아베 내각이 `집단자위권 행사가 헌법상 허용된다`는 정부 견해를 채택한 가운데 일본 군국주의의 뿌리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과신, 광신, 치 떨리는 열등감, 그리고 국가 위신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이 근대 일본의 역사를 만들어냈지만 패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품도 일본의 모습 중 하나라고 말한다.

한국인이 모르는 `진짜 중국`
대륙 움직이는 5가지 힘 소개

 

▲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br /><br /> 류재윤 지음<br /><br /> 센추리원 펴냄, 316쪽
▲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류재윤 지음 센추리원 펴냄, 316쪽

◆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한국인들은 가까운 이웃이자 같은 동양문화권 아래 있는 중국을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와 확연히 다른 사회구조, 문화, 사유체계가 지배하는 곳이다. 이런 연유로 우리는 중국과 중국인 속에 감춰진 본모습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우를 종종 범한다.

삼성의 중국전문가 출신이자 대중국 협상가인 저자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고전과 이론, 현장을 넘나들며 중국을 관통하는 규칙과 중국인을 설득하는 전략을 소개한다.

그가 말하는 대륙을 움직이는 5가지 힘은 바로 `역설`, `우리`, `지갑`, `시야`, `시간`이다. 공이 사이고, 사도 공이 되는 중국의 양면성, 철저히 우리와 그들을 나눠 선을 긋는 관시(關系), 흔히 `만만디`로 불리는 중국인의 시간관념 등이 다뤄진다.

중국에서만 20년을 근무한 저자는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곁들여 `진짜`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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