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한 야만인` 나폴리언 섀그넌 지음 생각의 힘 펴냄, 656쪽

신간 `고결한 야만인`(원제: Noble Savages)은 미국의 인류학자 나폴리언 섀그넌이 아마존 원주민 야노마뫼 족을 평생에 걸쳐 연구한 기록이다.

야노마뫼 족은 외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국경 양편에 사는 아마존 원시부족이다. 섀그넌은 1964년 야노마뫼 족을 처음 접하고 이들이 인류학계에서 통념적으로 이해되던 원시부족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야노마뫼 족을 지구 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야생의 원시민족이라 보고 연구를 시작한다.

야노마뫼 족은 1964년 당시 수렵·채취에서 농업·가축으로 넘어가는 석기시대에 살고 있었다. 섀그넌은 35년 동안 25번 야노마뫼를 방문하며 이들이 원시적 과정에서 탈피하는 과정을 지켜본다. 그리고 부족사회에서 전개된 정치적·사회적·군사적인 투쟁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

책은 우리가 원시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해 지닌 몽상을 차례차례 깨뜨린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자연 상태의 인간은 비폭력적이고, 이타적이며, 경쟁하지 않았다고 묘사한다. 우리도 원시사회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처럼 평화로웠을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이는 우리의 착각일 뿐이다.

섀그넌은 예측하지 못할 때 갑자기 공격하는 이웃이 가장 위험한 적이라며, 야노마뫼 족은 이웃의 공격을 항상 걱정하고 두려워했다고 말한다. 야노마뫼 족은 늘 폭력과 전쟁의 위험에 노출됐고, 섀그넌이 야노마뫼에 처음 들어간 날도 비사아시테리의 야노마뫼 족은 이웃마을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로 유추해 볼 때 인류사회의 먼 과거는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묘사한 만성적인 전쟁상태에 더 가까웠다.

여성을 얻기 위한 전쟁과 다툼은 현재보다 더 비일비재했다. 섀그넌의 조사 결과 사람을 죽인 경험이 있는 야노마뫼 족 전사들을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부인이나 자식이 더 많았다. 전략적 물적 자원이 갖춰지기 전의 부족사회는 자식을 생산할 수 있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에 대한 성적 접근권을 중심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

섀그넌은 야노마뫼 족 사회가 어떻게, 어떤 이유로 더 크고 복잡하게 발전하게 됐는가를 알아내면 많은 부족이 국가 형성을 위한 첫걸음을 어떻게 내딛게 됐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와 문화의 진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인류학에 진화론을 도입해 학계로부터 엄청난 반발에 시달린 그는 유전자 실험을 위해 원주민에서 고의로 홍역을 전염시켰다는 누명을 쓴다. 그래서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에 휘말린 인류학자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원시부족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려 한 그의 노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