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운명` 마틴 메러디스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천24쪽

아프리카는 54개국 11억 인구가 사는 지구 상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또 역사가 시작된 인류의 요람인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프리카 독립의 시대가 열리자 전 세계는 미지의 대륙의 미래에 환호와 격려를 보낸다. 1960년 영국 수상 해럴드 맥밀런이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1세대 지도자들의 독재가 시작되면서 아프리카는 경제 호황은커녕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는다. 이런 까닭에 맥밀런으로부터 40년 뒤 영국 총리 자리에 오른 토니 블레어는 아프리카를 “세계의 양심에 새겨진 상처”라고 표현한다.

신간 `아프리카의 운명`은 아프리카 독립의 시대가 시작된 시기부터 반세기의 역사를 살펴보며 풍부한 자원과 풍요로운 역사·문화를 가진 대륙이 어떻게 절망과 궁핍의 나락으로 추락했는지 추적한다.

책은 특히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들의 성격과 행적이 각국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전기작가이자 역사가인 저자 마틴 메러디스는 아프리카 특파원으로 15년간 재직한 경험을 살려 전쟁, 독재, 부패, 빈곤 등 현재에도 아프리카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건국의 주역이 된 1세대 지도자들은 대부분 독재 체제를 구축하고, 개인숭배의 길을 걷는다. 또 불법적인 개인재산의 축적은 정부와 공무원의 부패로 이어져 민중을 빈곤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이는 다른 쿠데타로 이어지고 혼란은 지속된다.

일례로 아프리카 사회주의 혁명 지원을 위해 콩고로 파견됐던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는 자신이 지원한 카빌라의 게릴라 군대를 두고 “기생충 같았다”고 말한다. 이 밖에도 기니의 첫 대통령인 세쿠 투레는 자신을 `아프리카의 위대한 아들`, `혁명학 박사`로 부르며 농업, 철학, 축구 등 모든 분야의 달인으로 묘사한다. 또 자신의 연설과 사상을 기록한 책을 필독도서로 만든다.

아프리카의 에이즈 확산 배경도 흥미롭다.

 

▲ 콩고와 카메룬 등 중부 아프리카가 풍부한 광물자원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 전경.

아프리카 영장류인 침팬지와 긴 꼬리 원숭이로부터 유래한 에이즈 바이러스는 그 존재가 알려지기 전부터 아프리카에 퍼져 있었다. 에이즈가 아프리카 가정을 빈곤으로 몰아놓고, 생산성을 급격히 떨어뜨렸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지도자 대부분은 문제를 부인하거나 무시했다. 아프리카 정치인들은 에이즈를 서구에서 흘러들어온 것으로 치부하거나 아프리카인의 성적인 열정과 재생산 능력을 감퇴시키려고 서구 인종주의자들이 꾸며낸 선전 활동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탄자니아에서 에이즈는 `죽일 테면 죽여보라지. 그래도 나는 절대로 젊은 여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의 스와힐리어로 번역됐고, 자이르 대학생들은 에이즈를 `애정을 감퇴시키는 가상의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저자는 과거를 알지 못하면 현대를 절대 알 수 없다며 정글과도 같은 아프리카 정치판과 사회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어 아프리카 저개발의 책임을 무조건 서구 국가들에 떠넘기기보다 아프리카가 직접 나서야만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35장에 걸쳐 아프리카 현대사를 속도감 있게 기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