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족 탓 연일지역 등 1인소방서 운영
장비 챙기고 운전하고 통화까지, 늑장 일쑤

▲ 소방차 한 대와 열 평 남짓의 사무실이 전부인 연일119지역대의 외관.

“화재출동, 화재출동, 중명리 가정주택에서 화재 발생.”

지난달 12일 새벽 포항남부소방서 연일119지역대의 출동벨이 울리자 이정호(34) 소방사가 서둘러 방화복을 챙겨 입었다. 장비를 꾸리고 소방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은 이씨는 현장으로 달려가면서 신고자와 통화했다. 출동 전에 전달받은 위치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지도를 검색해 보고 싶지만 운전 중이어서 여의치 않았다.

어렵게 현장에 도착한 이씨는 혼자서 펌프 압력을 높이고 소방 호스를 작동했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상황이 긴박해 현장 상황을 무전기로 보고할 틈조차 없었다.

다행히 이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길이 크게 번져 주택 창고를 모두 태웠다. 소방 경력 2년의 이씨는 “화재 진압은 철저히 `시간싸움`”이라며 “둘이서 하면 훨씬 수월하겠지만 119지역대의 경우 출동에서부터 모든 과정을 홀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연일119지역대는 포항의 `1인 소방서`중의 하나다. 포항시에는 남구의 연일· 대보·장기, 울릉군 북면에 총 4곳, 북구에는 기계와 청하 총 2곳에 119지역대가 있다. 특히 장기면의 경우 100.27㎢ 면적으로 5천680명, 기계면은 92.02㎢로 5천576명의 시민안전을 `1인 소방서`가 책임지고 있다.

119지역대에는 소방관 3명이 하루 9시간, 15시간씩 3조 2교대로 근무하고 있어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소방관 1명만 출동한다. `나홀로 출동`은 준비에만 최소 2~3분이 소요된다. 화재 발생시 초기에 불길을 잡아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최초 5분이다. 119지역대의 경우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포항남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119지역대 4곳에서 발생한 총 5건의 화재 중에서 2건만 5분 이내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도심의 경우 현장 출동에서부터 병원 이송까지 30분 이내에 사고 수습까지 마무리지을 수 있지만 지역대의 경우 최소 2~3시간이 소요된다.

1인 출동은 화재현장에 출동할 때 `2인 1조`로 움직이는 버디(Buddy)제도에 위배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운전자를 포함해 최소 2명이 필요하지만 119지역대의 경우 1인 출동으로 효율적인 화재 진압이 어렵다. 출동 중에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할 인력조차 없다.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2007년 1월 도입된 총액인건비제 실시로 119지역대의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소방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방안전협회 김만규 대구경북지부장은 “화재 현장에 소방관 혼자 출동해서는 장비 하나 제대로 갖춰 작동시키기에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 차원의 인력과 예산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관계 기관과의 소통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이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