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안경점, 중고생 유혹 이벤트 벌여 학교로 배달
학부모 등 “저가 상품으로 유인 얄팍한 상술 문제”

포항의 한 대형 안경체인점이 청소년들을 상대로 콘택트렌즈를 판매하고 구매 순위가 높은 학급에 피자를 제공하는 등 지나친 상술을 벌이면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D안경점은 지난해 9월초 `배고픈 학생들을 위해 간식을 쏜다`는 이벤트 게시물을 매장과 블로그에 게시했다. 이 업체는 콘택트렌즈를 구매하는 중·고교생들에게만 참가자격을 주고 한 달 동안 구매율이 가장 높은 학급에 피자 10판을 전달했다.

지난해 10월에 고교 3학년 학급이, 이후 11월과 12월에는 1학년 학급이 1등에 당첨됐다. 최근 4월에는 포항의 모 여중 2학년 학급이 선정돼 피자를 집단으로 배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북구의 A여중 최모(16)양은 “우리반 35명 중 20명 이상, 대부분이 서클이나 칼라렌즈를 착용한다”며 “대항전에서 1등하면 피자를 먹을 수 있으니 친구들이랑 항상 D안경점 렌즈를 구입한다”고 밝혔다.

포항의 중·고생들 사이에서 D안경점은 언제든 쉽게 칼라렌즈를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통한다. B고교 김모(18)양은 “학교 앞에서 쿠폰을 나눠주거나 `1+1`행사 등을 자주 열고 가격도 5천원부터 시작해 부담없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남구의 B고교 3학년생 학부모 이모(51)씨는 “딸이 `학용품`을 사듯 미용렌즈를 구입한 뒤 눈이 심하게 충혈돼 한동안 치료를 받았다”며 “사리판단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경쟁을 유발하는 이벤트를 열어 싸구려 렌즈를 팔아 이익을 챙겨온 안경점을 고소할까도 생각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D안경점은 심지어 피자를 배달한 뒤 학생들과 단체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게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안경체인점 관계자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영업은 같은 업종 종사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청소년들에 대한 렌즈 판매는 법적 규제는 없지만 자제하는 것이 상식이자 도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D안경점의 상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학생 고객님들을 위한 미용렌즈 1+1`행사를 열어 학생을 타겟으로 삼은 것.

대한안경사협회 포항지사 정기화(51)회장은 “값비싼 렌즈를 껴도 눈에 안 좋은데 5천원, 1만원짜리가 얼마나 좋겠나. 아이들을 상대로 돈놀이하는 상술이자 미끼놀이”라며 “강력한 법적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포항 D안경점 측은 “성인도 렌즈를 잘못 착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용법을 지키지 않은 부주의 탓이다”고 밝혔다. 본사측도 “렌즈 구매는 학생들의 자유의지”라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포항영동안과 이우석(51)원장은 “외국은 5~6년간 전문교육을 받은 검안사가 안경, 렌즈 소비자에게 사용법을 조언하지만 우리나라는 2~3년이면 자격이 부여되므로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라며 “너무 어린 나이에 미용렌즈를 착용했다가 20대 초반의 여성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10대 때 눈 관리를 안 하면 안질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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