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기획취재 시리즈
포항 `한국의 아들러스호프` 꿈꾼다

▲ 항공·우주에너지 분야 독일 최고의 연구센터인 독일항공우주연구센터(DLR) 아들러스호프 연구소. 베를린 연방정부는 이곳이 일약 세계 최고의 연구소로서 도약을 꿈꾸는 곳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연구인력 충원, 연구개발비 지원, 국제교류 활동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베를린연방정부 15년간 연구개발비 2조3천억원 지원
1만5천여명 연구인력 상주 세계 최고의 첨단과학단지
작년 매출액 3조6천억… 전년비 10% 육박하는 고성장

■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의 과학 인프라 활용 가능성
② 포항시와 지역 연구기관 협조 실태
③ 대덕연구단지의 성공사례
④ 대전시·대덕연구단지 상생 비결
⑤ 세계최고 연구단지 獨 아들러스호프
⑥ 아들러스호프, 세계과학 비전 제시하다
⑦ 포항 `한국의 아들러스호프` 가능한가
⑧ 포항 과학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

□ 전투기 생산기지가 첨단과학단지로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동남쪽인 구동독 지역에 위치한 아들러스호프는 독일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세계 최고의 첨단과학단지로 불리고 있다.

이곳의 역사는 1909년 10월 독일 항공계의 선구자 한스 그라데(1879~1946)가 비행기 연구를 위해 이곳에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한스는 베를린의 관문인 아들러스호프에 마련된 요하니스탈 비행장에서 독일 최초의 동력비행기인 `란츠 프레이즈 데어 루프테`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아들러스호프는 독일 항공기술 개발1번지로 급격히 부상하게 됐고 1912년 독일항공실험연구소(DLV)가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1·2차세계대전을 통해 이곳은 독일군 전투기를 생산하는 핵심기지로 활용됐으며, 한때 독일군의 연승소식과 함께 성장을 거듭했으나 독일이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하면서 비행장은 폐쇄되고 말았다.

전쟁 이후 동·서로 갈라진 국가사정으로 동독에 포함된 아들러스호프는 1952년 동독 공영방송이 방송국을 세우고, 동독과학협회가 물리학, 화학, 재료공학, 항공학, 우주과학 분야에 걸쳐 9곳의 연구소를 설립, 1천70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게 됐다.

이때부터 1980년대까지 동독의 과학기술을 선도하던 아들러스호프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서독의 뛰어난 기술력에 경쟁력을 잃으면서 문을 닫았다. 이 여파로 동독 최고수준의 과학자 5천600여명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모두 잃게 됐다.

이에 베를린 연방정부는 1991년 아들러스호프 유한회사(현 비스타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1천㎡의 소규모 토지에 5개의 연구소로 과학기술단지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베를린 연방정부는 유한회사에 단지 내 건물신축 및 임대, 연구인력 충원, 연구개발 자금지원, 국제교류활동 등 연구소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이곳이 일약 세계 최고의 연구단지로서의 도약을 꿈꾸는 곳으로 성장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 적극적인 지원 속 성장 거듭

아들러스호프 첨단과학단지에 대한 관리는 베를린 연방정부가 전체 지분의 99%를 보유하고 있는 공기업인 비스타 유한회사가 전담하고 있다.

비스타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간 17억유로(한화 약 2조3천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연구단지 내 입주한 기업체 및 연구기관에 대해 기술분야 컨설팅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쳤다. 2006년 이후에는 투자금 중 대부분이 매출액으로 회수됐고 새로운 예산이 필요로 할 경우 전체 예산 중 70% 이상을 민간투자로 유치해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특히 사업추진 시점부터 혁신사업육성센터(IGZ)를 시작으로 광학기술센터, 환경생명에너지기술센터, 정보미디어기술센터, 재료 및 마이크로시스템스기술연구소 등이 차례로 설립돼 기술개발과 자금조달 등을 지원하고 있다.

1994년에는 동·중부 유럽의 타국 기업 중 베를린에서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면허취득 및 등록에 대한 컨설팅지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제비지니스 인큐베이터(OWZ)를 설립했다. 베를린시의회의 지원을 받은 1997년 들어서는 IGZ와 OWZ가 합작해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IZBM이 만들어져 두 센터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총괄수행하고 있다.

IZBM은 훔볼트대학, 베를린자유대 등 지역의 4개 대학과 산·학협조체계를 구축해 뛰어난 실력을 지닌 대학생들의 창업활동을 돕고 있다.

창업을 원하는 대학생은 먼저 각 대학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후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IZBM에 제출한다. 각 대학은 베를린 연방정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학생이 창업하는데 필요한 자재구입비와 생활비를 지원한다. 이렇게 지원을 아끼지 않다보니 해마다 대학생이 창업하는 기업이 평균 30곳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연방정부에 대한 독립권을 최대한 인정하고 있는 독일의 국가체계 속에서 아들러스호프에 대한 베를린연방정부의 지원은 사실상 국가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첨단과학단지는 날이 갈수록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추세이다.

비스타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 면적 4.2㎢에 기업체 996곳, 대학연구소 6곳, 전문연구소 11곳 등 1천13곳에 1만5천450명의 연구인력과 9천451명의 학생이 과학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01년 601곳에서 5천380명이 근무하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이곳에서 거둔 매출액은 26억2천유로(약 3조6천300억원)로 전년도(23억9천유로) 대비 9.6%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곳에는 지난 한 해에만 99개의 기업이 새롭게 터를 잡았다. 외곽에는 아파트, 상점, 호텔, 레스토랑, 극장, 학교 등 400여개의 기반시설이 근로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 독일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인 훔볼트대학교를 견학하기 위해 아들러스호프를 찾은 스페인 학생들이 현지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에서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10여개국에서 매달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 독일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인 훔볼트대학교를 견학하기 위해 아들러스호프를 찾은 스페인 학생들이 현지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에서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10여개국에서 매달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 과학자가 살고 싶은 도시

아들러스호프에는 광자학 및 광학, 마이크로시스템 및 재료공학, 태양광 및 대체에너지, 환경공학 및 바이오기술, IT 및 미디어, 분석공학 등 크게 6개 분야의 연구기관 및 기업체가 분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IBM이라는 세계 최고의 IT업체를 발굴한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에릭슨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스웨덴의 시스타처럼 이름만 꺼내면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기업을 배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LLA, ADVA 등 40여 곳의 중견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아들러스호프가 내세우는 이곳만의 장점은 연구기관과 기업, 대학 등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상호간 협조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다.

실제 연구단지 내 광학연구지대를 가보면 막스플랑크연구소, 광학기술센터, 훔볼트대학, 결정성장연구소 등의 건물이 일렬로 나란히 배치돼 있다. 아직 여물지 않은 대학생들이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과 살을 부딪히며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구원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연구단지 외곽에 68만㎡ 규모의 도심공원이 조성돼 있어 골프장, 테니스장, 인라인 스케이트장과 영국식 조경을 적용한 산책로 등 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페테르 스트룽크 비스타 유한회사 홍보담당관은 “아들러스호프는 베를린 중심가와 다소 떨어진 위치상의 특징으로 문화, 쇼핑, 운동 등 업무를 제외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연구단지 내에서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 보니 근로자들은 굳이 이곳을 벗어날 필요성이 없고, 여가시간에도 서로 만날 기회가 많아 연구분야가 서로 다른 연구인력 간에 자연스러운 교류활동이 이뤄져 상호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