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마을 곳곳에 내걸었다 면사무소서 철거…명예훼손 고소

▲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의 실명을 넣어 선거 결과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

포항의 한 마을이장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 표시로 정신지체 장애인의 실명을 실은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걸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현수막에 거론된 장애인은 이번 선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실명이 거론돼 가족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지난 10일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2리의 마을이장 김정탁(54)씨는 `대각2리 마을 이장으로 안태근님을 추천합니다. 왜? 고소, 고발 허위 증언 등을 할 줄 모르니깐!`이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영일만온천 입구, 대각정비 앞 등 마을 내 총 3곳에서 발견했다.

김 이장은 현수막에 특정 장애인의 이름이 거론된 것을 발견 후 즉시 대송면사무소에 철거를 요청, 현수막은 1시간 뒤 모두 철거됐다.

정작 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현수막을 통해 실명이 공개돼 버린 안태근(40)씨는 현재 이 마을에 거주 중인 정신지체 1급 장애인이다.

이 현수막 내용의 이면에는 장애인 등 누구나 이장을 할 수 있다는 비아냥으로 아무런 이해 관계도 없는 장씨가 한낱 놀림거리로 전락된 것이다. 이 같은 현수막이 걸린 것은 지난 1월 5일 마을이장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당시 이장 선거에서는 김씨가 이장으로 당선됐지만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측은 김 이장의 당선에 불복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갈등의 불씨는 결국 서로 헐뜯는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등 법적다툼까지 번졌다.

장애인 실명이 현수막에 게재된 것도 상대측을 우롱하고 비방하는 갈등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

김 이장은 “선거 결과를 떠나 사회적 배려 대상자인 장애인의 실명을 거론해 비방하는 것은 큰 모욕”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한편, 가족 동의하에 명예훼손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사회적 약자인 안씨의 약점을 정치적 이권싸움에 이용한 소식을 접한 가족들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누이 안종순(46)씨는 “동생이 아픈 것도 속상한데 약점을 악용한 사람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다행히 동생이 직접 현수막을 보진 못했지만 부모님과 나는 이 슬픔과 절망을 표현할 길이 없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한편, 21일 안태근씨는 가족들의 뒤에 서서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셔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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