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획취재 시리즈 포항 `한국의 아들러스호프` 꿈꾼다

▲ 포항시가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포항테크노파크, 포스텍 등을 비롯한 지역의 연구기관과 신규사업 발굴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의 과학 인프라 활용 가능성
② 포항시와 지역 연구기관 협조 실태
③ 대덕연구단지의 성공사례
④ 대전시·대덕연구단지 상생 비결
⑤ 세계최고 연구단지 獨 아들러스호프
⑥ 아들러스호프, 세계과학 비전 제시하다
⑦ 포항 `한국의 아들러스호프` 가능한가
⑧ 포항 과학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

국민안전로봇·고출력 레이저 개발 대표적 사례
열악한 지방재정·단기 성과주의 한계 극복해야

□ 첨단과학 인프라, 차세대 성장동력

포항시는 지역의 첨단과학 인프라를 육성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먼저 각 연구기관에 신규과제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재)포항테크노파크, 포스텍 등을 비롯한 기관들이 함께 모여 `신규사업 발굴 보고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이 보고회는 연구기관에서 제안한 20여건의 사업아이템과 진행과정, 성공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자리로 시 간부공무원들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시책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기관에서 연구개발하고 있는 사업을 경북도와 정부의 주요정책으로 상정시키는 것도 포항시의 주요업무 중 하나이다.

대표적인 정책수립 사례로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의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와 한동대학교의 고출력 레이저 산업 상용화 기반구축사업을 들 수 있다.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는 6년간 1천215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대형재난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대응로봇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사업은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심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7월께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동대가 진행하고 있는 고출력 레이저사업은 세계 수준의 초강력 레이저를 개발할 수 있는 국가대형연구시설을 구축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파생되는 레이저 기술을 지역철강산업에 접목시켜 구조고도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5월 현재 해당 사업에 대해 국가 대형과제화를 위한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포항시의 지원을 바탕으로 국가 대형사업화를 위한 연구용역 중에 있거나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에 있어 머지않아 국가사업으로 격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국가중심 정책과 지방재정의 한계

이같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중심의 연구개발정책과 지방재정의 한계는 지역 연구기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구의 성과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이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과제인데 중앙정부에 국가예산의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 안타까운 현실로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국가예산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13조7천억여원인 반면 전국 지자체의 연구개발 예산은 1조3천억원으로 10% 수준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지자체가 국가의 간섭없이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연구개발 예산은 1천240억원에 그쳐 중앙집권적 예산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자체가 지역에서 연구인프라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개발구조를 구축하기보다는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에 급급할 수밖에 없고 이같은 모습은 연구기관에 한심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인 포항시도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행동반경에 제약을 받고 있다. 상위기관인 경북도와의 협력을 통해 정부 중앙부처에 사업설명을 하면서 행정지원을 펼치고 있으나 사업진행의 원활화를 위해 창구를 일원화하다보니 경북도에 밀려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한계로 사실상 포항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지역 연구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이 수주됐을 때 지방비를 매칭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도 최근 3년간 평균예산 1조2천억원 중 1% 수준인 1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이 책정돼 있는 포항시 재정의 한계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 목표상의 괴리도 극복해야할 과제

포항시와 지역 연구기관의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연구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해 성과를 얻는 경우가 많지만 단기간의 성과를 바라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이를 기다릴만한 시간과 재정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기관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이를 통해 얻는 학문적 성취가 1차적 목표라면 포항시는 연구기관에서 얻은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지역산업의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를 얻으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보니 서로의 입장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의 성과를 통해 지역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지만 응용연구 분야보다는 기초연구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포항지역 연구기관들의 현실 속에 양 측간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정부의 정책방향이 창조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연구개발의 동향이 변화되고 있어 지자체와 연구기관 간의 목표상의 괴리가 차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으나 여전히 많은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시점에서 연구기관이 연구개발로 얻은 성과를 사업화로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발굴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연구개발특구는 연구개발성과를 사업화해 산업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정한 특별구역으로 현재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이 지정돼 있다.

포항시는 지난해부터 경북도, 포항테크노파크 등과 함께 포항, 경주 일대를 동해안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를 현실화 시킬 경우 연구기관의 성과가 산업에 적용되는 정책자금이 연간 100억원 규모로 투입돼 첨단과학도시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포항시가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포항테크노파크, 포스텍 등을 비롯한 지역의 연구기관과 신규사업 발굴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인터뷰/ 노영광 포항TP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철강도시 새 성장동력
첨단과학 인프라 구축
포항시 비전 수립해야

-포항시와 지역 연구기관은 어떤 방법으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지.

△포항시는 해마다 신규사업 발굴 보고회를 개최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사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과정에서 발굴된 과제는 연구기관 내 구성된 워킹그룹을 통해 기획에서 사업수주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12년부터 7개 연구기관에 11개 워킹그룹을 구성해 사업기획 보고서 작성, 전문가 활용지원 및 회의 등 사업화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각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사업비를 배분, 워킹그룹 운영의 자율성을 제고해 창조적인 사업진행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2011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경쟁으로 전국이 떠들석 했다. 당시 포항시가 한 역할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거점지구, 기능지구, 연구기관을 연계해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는 사업이었다. 당시 포항은 대전에 밀려 최종선정에서 탈락했으나 포스텍,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대(UNIST)를 연계한 캠퍼스연구단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포항시는 경북도, 대구시, 울산시와의 협력을 통해 각종 노력을 기울인 결과 당초 3조2천억원 규모의 사업예산을 5조2천억원으로 증액하면서 DUP(DGIST, UNIST, POSTECH)연합캠퍼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DUP연합캠퍼스는 10개의 캠퍼스 연구단에 1조5천억원의 예산을 받았고, 포스텍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4개의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포항시와 연구기관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 현재 포항의 철강산업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 속에 선진국과 같은 철강도시 쇠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일본의 기타큐슈의 사례를 참고해보면 1980년대 중반 철강산업의 위기를 맞은 키타큐슈지방은 발빠른 구조고도화 전략으로 세계적인 첨단과학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포항시는 과학인프라 육성을 위한 중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 연구기관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부와 경북도의 정책에 부합하면서 포항만의 강점인 신소재, 바이오, 로봇 등을 연계한 전략적인 연구개발 육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기관에서도 관심있는 연구에만 집중하는데 몰두하지 않고 시의 투자가 지역에 환원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단순한 과학적 성과를 넘어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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