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어린이가 살기 좋은 세상을

▲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교육 모습.
▲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교육 모습.

성폭력 예방 인형극 통해 상황별 대처방법 지도
동해안 5개 시·군 학교 다양한 프로그램 접목해
집단따돌림 예방교육에 초점 학교폭력 근절 노력

글 싣는 순서

⑴ 경북동해안 아동보호의 현실
⑵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하루
⑶ 아동학대 예방 어떻게 하고 있나
⑷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하루
⑸ 학대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 “안돼요! 싫어요!”

지난 14일 오전 포항 대해초등학교 강당에서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성폭력예방인형극`이 열렸다.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준비한 이번 인형극은 주변 이웃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할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담은 `새별이 이야기`와 낯선사람에게 유괴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올바른 대처법을 알려주는 `세찬이 이야기` 등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60㎝ 남짓한 크기의 인형들은 재미있는 몸동작과 익살스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가듯 학대예방법을 알려줬고 처음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던 아이들도 이내 `꺄르르`하고 웃어대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1부로 진행된 새별이 이야기는 학교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여자아이가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집 아저씨를 만나 성폭력을 당할 뻔한 사례를 보여줬다.

극중에서 새별이는 얼굴을 아는 아저씨의 접근을 경계심 없이 허용했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중 으슥한 장소에서 갑자기 돌변하는 아저씨의 행동에 크게 놀랐다.

아저씨는 스스럼없이 작고 여린 새별이의 몸을 더듬었고 수치스러운 마음을 느낀 새별이는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하던 중 예전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부터 받았던 대처방법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에 용기를 얻은 새별이는 큰소리로 “안돼요! 싫어요!”라고 외친 후 곧장 집으로 도망쳤다.

아저씨는 달아나는 새별이에게 “방금 벌어진 일은 비밀이니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더이상 아이를 쫓아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새별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머니와 마주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새별이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 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겁에 질린 새별이를 차분히 다독거렸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새별이는 이웃집 아저씨에게 당한 일을 사실 그대로 전했다.

1부 인형극이 종료된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내용설명이 이어졌다.

상담원은 아동들에게 우리 몸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소중한 몸을 스스로 지키는 방법에 대해 교육했다.

곧바로 이어진 2부에서는 남자아이가 하굣길에서 만난 낯선 아주머니의 유혹에 이끌려 납치를 당할 위기에 놓였다 가까스로 탈출하는 사연을 소개했다.

평소 스마트폰이 갖고 싶었던 아이는 자신을 따라오면 스마트폰을 준다는 아주머니의 꾀임에 흔들렸고, 심한 내적갈등을 겪던 아이는 아주머니가 낯선사람임을 인지하고 큰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자신의 정체를 들킨 아주머니는 다른 아이를 유괴할 준비를 하던 중 결국 신고를 접수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붙잡히게 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인형극이 종료된 후 아이들에게 두가지 사례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안내한 뒤 교육을 마무리지었다.

인형극을 관람한 이슬아(9·포항 대해초 2년)양은 “평소 알지 못했던 사실을 인형극을 통해 들으니 매우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와같은 재미있는 공연을 자주 보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아직 집중력이 뛰어나지 않은 저학년 아이들의 경우 이처럼 호기심을 자극해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은 교육방법은 일선교사 및 학부모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소중한 몸 스스로 지켜요

이처럼 경북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을 비롯한 전국의 50여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아동성폭력예방인형극을 비롯한 다양한 아동권리교육 프로그램으로 아동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먼저 아동성폭력예방인형극은 정신적인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고 그 영향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아동기 성학대 경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

각 발달단계에 맞게 만 4~7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인형극을 통해 아동이 접할 수 있는 성학대 위험상황이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올바른 대처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이를 모델링하도록 해 아동이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성학대 위기를 인지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돕고 있다.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포항시, 청송군, 영덕군, 울진군, 울릉군 등 경북동해안 5개 시·군 85개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8천700여명을 대상으로 인형극을 실시했다.

굿네이버스 최초의 아동권리교육 프로그램인 `아동힘키우기서비스`(CES : Child Empowering Service)는 지난 1999년부터 전국의 각 유아기관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이 교육은 아동들에게 해부학적 인형을 이용해 우리 몸의 명칭과 모양을 상세히 알려주고 이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차이, 성인과 아동의 차이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아동들에게 임신과정과 출산과정을 알려주고 성학대 및 유괴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유아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만 5~6세 아동을 대상으로 40~45분 간 교육하며 포항아동보호기관에서는 지난해 88개 기관에서 5천1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병행

참여활동을 통한 아동학대예방교육인 `PAPCM`(Participatory Activity for Prevention of Child Maltreatment)는 앞서 소개한 2개의 프로그램과는 달리 초등학교 고학년(4~6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학급단위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아동에게는 권리침해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훈련을, 부모에게는 올바른 자녀양육기법 훈련을, 교사에게는 신고의무자 교육으로 구성된 통합교육이다.

포항아동보호기관에서는 지난해 16개교, 106학급, 3천9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 했다.

지역대학과 함께하는 아동학대예방캠페인은 예방적 활동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포항아동보호전문기관은 위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자원봉사동아리인 `세이프 차일드 서포터즈`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포항의료원, 이마트 포항점, 포항 환호해맞이공원, 그랜드애비뉴, 포항 선린병원, 영일대해수욕장 등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10여회에 걸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을 통해 1천600여명의 주민들이 아동복지법 개정을 위한 서명을 했고, 이중 일부는 아동학대예방사업의 정기후원자 및 자원봉사자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