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기획취재 시리즈
포항 `한국의 아들러스호프` 꿈꾼다

▲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포항은 뛰어난 첨단과학인프라가 밀집된 경북의 과학1번지로 불린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는 상황에도 지자체와의 협력관계는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포항의 우수한 과학인프라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철강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 다변화를 통한 포항 경제발전의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포항의 과학인프라와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독일의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와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사례에 비춰 포항시와 지역 연구단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의 해외특집 기획연재를 준비했다.

■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의 과학 인프라 활용 가능성
② 포항시와 지역 연구기관 협조 실태
③ 대덕연구단지의 성공사례
④ 대전시·대덕연구단지 상생 비결
⑤ 세계최고 연구단지 獨 아들러스호프
⑥ 아들러스호프, 세계과학 비전 제시하다
⑦ 포항 `한국의 아들러스호프` 가능한가
⑧ 포항 과학의 문제점과 향후 방향

아시아 최고수준 첨단과학연구 인프라 갖춰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올 연말께 완공 계획
산학연 넘어 `글로벌 공동연구` 적극 나서야

□ 아시아 최고 연구중심대학 포스텍

포스텍은 지난 1986년 12월 포항시 남구 지곡동 일원에 포항공과대학(9개 학과 학사 240명)이라는 명칭으로 설립됐다.

이듬해 11월 교육부(당시 문화교육부)로부터 대학원 설립을 인가(9개 학과 석사 90명, 박사 54명)받은 포스텍은 우리나라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과학과 기술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소수의 영재를 대상으로 질 높은 교육을 실시, 고급인재를 양성해 국가와 인류에 봉사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건학이념을 기치로 본격적인 출발을 선언했다.

이후 1994년 3월 학교명을 포항공과대학에서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로 변경하면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연구에 중점을 두는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게 됐다.

오늘날 아시아 최고수준의 우수한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포스텍은 162만7천252㎡의 드넓은 부지에 일반대학 11개학과, 일반대학원 11개학과, 특수대학원 1개학과, 법인연구소 19곳, 대학연구소 54곳 등이 입주해 있으며 24개국 87개 대학 및 기관과 자매결연을 하고 글로벌대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수 1인당 6편 이상의 SCI(Science Citation Index)급 연구논문 발표 및 편당 12회 이상의 논문이 인용되는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IBS 캠퍼스연구단 내 국내대학 중 가장 많은 4개 연구단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기술사업화 강화를 위해 연구성과 확산을 위한 전담조직인 기술사업화센터를 개편해 포스텍 구성원 및 동문이 창업한 협의체인 APGC(Association of POSTECH Grown Companies)를 조직, 대학 내 창업자들에게 기업가정신 교육, 창업멘토링, 경영자문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 세계 톱3 도전 포항가속기연구소

1994년 1천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완공된 포항방사광가속기는 국내 첨단과학의 새지평을 열고 있는 포스텍의 상징 연구시설이다.

지난 2009년에는 1천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제3세대 가속기의 성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을 2년 여만에 완료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제3세대 가속기를 이용해 △50나노급 차세대반도체 제조에 활용가능한 나노구조의 절연 나노박막 개발(2005년) △비파괴 방사광 X선 투과영상실험을 통한 광통신 반도체소자 불량률 감축(2001년) △선박용 강재의 표면 및 내부 불순물 관찰을 통한 포스코 고부가가치 철강신소재 개발 등의 연구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단 2개국(미국, 일본)만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시설인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 설치를 위한 작업이 시작돼 올해 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총 사업비만 4천260억원이 들어가는 제4세대 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달리는 전자가 자기장 속을 지나면서 방향을 틀 때 접선방향으로 방출되는 강력한 빛을 미세물질 관찰이나 내부구조 분석 등 각종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제3세대 가속기보다 100억배 밝은 광원을 갖고 펄스폭이 1천배 짧아 살아있는 세포의 동적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백질을 결정화하지 않아도 분석이 가능해 획기적인 신약개발이 가능하며 펨토초(1천조분의 1초)동안의 광합성 현상을 규명해 태양연료 생산이 가능한 모사시스템 개발도 이뤄질 수 있다.

□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연구소

노벨상 수상자만 32명을 배출해 일명 `노벨상사관학교`로 불리는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소인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지난 2010년 포항에 해외연구소를 개설했다.

미국 플로리다에 이어 막스플랑크재단의 과학기술 분야 해외설립연구소로는 2번째로 선정된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연구소는 아토초과학(Attosecond Spectroscopy)와 복합소재(Complex Phase Materials)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첨단 기초과학연구소이다.

아토초과학 연구센터는 원자물리 및 화학물리 아토초(10~18초)광 시설 등 찰나의 빛을 만들어내는 초고속 아토초 레이저 연구장비를 구축해 물질세계를 탐구하고 물리적 성질을 규명하기 위해 건립됐다.

포스텍은 이미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함께 아토초 광원의 개념설계를 마쳤는데 여기에는 아토초 근적외선 레이저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아토초 광원활용을 위해 펨토초 자외선 등 또 다른 광원을 활용한 성능향상 계획도 포함돼 있다. 지난 2011년에는 12월 아시아 최초의 아토초 펄스를 생성해 첨단 과학연구소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

복합소재연구센터는 상호복합 다기능성 물질을 합성하고 개발하는 그룹이 시료를 제작하면 이를 방사광 가속기의 여러측정 장비를 이용, 전하·스핀·궤도·격자 등과 같은 물질이 갖는 물리양과 그들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설치됐다.

 

▲ 포항나노기술집적센터
▲ 포항나노기술집적센터

□ 포항,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이밖에 포항지역에는 아시아태평양물리이론센터, 포항지능로봇연구소, 나노융합기술원 등 70여 개의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먼저 아태이론물리센터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대표하는 이론물리분야의 국제연구소로 지난 1996년 노벨상 수상자인 양첸닝(C.N.Yang)을 초대 소장으로 서울에 설립됐다.

이론물리분야 연구역량 부족을 아시아 태평양지역 국제공동협력으로 극복하고자 센터설립과 함께 국제협력교류 및 국제공동연구와 지원을 사업목표로 설정하고 지난 2001년 포항으로 센터를 이전했다.

2대 소장 로버트 러플린(R.B.Laughlin), 3·4대 소장 피터 풀데(Peter Fulde)를 거쳐 지난해 8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김승환 포스텍 교수가 5대 소장으로 선임됐다.

현재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라오스, 말레이시아, 몽골, 베트남, 일본, 중국,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호주,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14개 회원국 및 ICTP, MPI-PKS, PIMS, NBIA 등 22개의 세계적인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한 국제허브로 다자간 공동연구와 협력증진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4년 나노기술집적센터라는 명칭으로 포항에 문을 연 나노융합기술원은 포스텍, 경북도, 포항시, 포스코, 삼성전자, LG전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전국의 112개 기관(행정기관, 대학, 기업, 연구소)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치한 대형 국책사업의 결정체이다.

지난 2006년 제6회 IEEE 나노 재료·소재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고, 같은해 일본 지올(JEOL)사, 프랑스 카메카(CAMECA)사와 30억원 규모의 국제원자·전자현미경센터 공동설립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로봇연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포항지능로봇연구소는 지난 2007년 11월 문을 연 뒤 연구개발, 산업화, 인력양성, 과학문화 확산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내 최초의 지능로봇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연구 내용으로는 △차세대 자동화 지능부품소재 기술 △바이오 및 의료로봇 기술 △해양로봇기술 △철강로봇기술을 분야별로 추진, 지역에 알맞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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