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서씨 재실 `중양서원`
보존가치 높지만 非문화재
LH·市 “문중서 알아서” 뒷짐

유서 깊은 포항의 향토유산이 국가산업단지 블루밸리 조성공사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문제의 향토유산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중산리에 위치한 `중양서원`(사진). `달성 서`씨 문중들과 지역 유림대표들이 매년 3월이면 모여 향사를 지내는 중양서원은 1794년(정조 18)에 창건됐고, 이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된 후 언제 복설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역사적 가치나 유형문화재로서의 보존가치가 높지만 국가나 경북도, 포항시로부터 지정받지 못하는 비지정 향토유산으로 분류된 점이다.

일반 문화재나 지정된 유산의 경우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다른 곳으로 이전 또는 복원 조치되지만, 중양서원 처럼 비지정 향토유산은 국가나 지자체 등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다.

결국 중양서원은 오는 10월 국가산단 블루밸리 조성공사가 시작되면 철거가 불가피하다.

달성 서씨 문중과 지역 유림은 중양서원의 철거를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26일에도 향사를 지냈고, 이날 회의를 통해 서원 철거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중들은 수백년 된 건축물의 보상 금액으로는 이전은 커녕 다른 부지조차 구할 수 없다며 LH와 포항시에 서원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달성 서씨 문중의 서정무(77)씨는 “LH측의 어떠한 보상도 전통을 잇는 서원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원형보존이 안 되면 다른 곳으로 이전이라도 해 달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LH측은 중양서원에 대해 감정평가를 의뢰해 놓은 상태고, 문중의 자산인만큼 감정이 완료되면 토지와 지적물 보상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H측 관계자는 “사업 시행자가 서원 이전작업까지 다 해줄 수 없는 입장”이라며 “보상금을 수령한 뒤 철거문제는 전적으로 문중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일이지,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항시 역시 관내 모든 비지정 향토유산까지 관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중양서원도 문중의 자산일 뿐 시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 문중들은 지난 2008년 포항시에 탄원서를 제출해 “원형보존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건설도시국장의 답변까지 얻었다. 하지만 당시 국장은 퇴직했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다.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양희제 교수는 “중양서원은 삼현문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등 조선 후기의 대표적 건축양식으로 규모는 작아도 보존상태가 양호해 유형문화재로 등록될 가치는 충분하다”며 “비지정 향토유산이라고해서 마구잡이식으로 철거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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