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날 관측근무땐 외딴 섬 실감
군 생활 마무리할때까지 청춘 다 바칠터
눈 깜빡했더니 내가 일경 계급으로 독도에 와 있다. 입도 날엔 갈매기가 떼 지어 날아다니며 변을 공중에 수놓으며 환영인사를 했다.
밤에도 오징어 배 때문에 갈매기들은 잠도 못 자고 밤새도록 날아다니다가 그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조용히 잠이 든다.
울릉도에서 예비대 생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동쪽 끝에서 군 복무를 한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지만, 칼바람 부는 날 등대 밑에서 관측근무를 서고 있으면 여기가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외딴 섬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가끔은 그런 생각에 외로움이 움트기도 한다. 감상에 빠져 사색에 들기도 한다. 문득 떠오르는 친구들이 그리워 휴가 날을 손꼽아 보지만 육지에 있는 친구들은 그때쯤 군대에 가버리고 없다.
이렇게 기분이 적적해지면 책을 보기도 하고 운동도 하며 맘을 달래본다. 지금은 다들 자기생활에 바빠 만날 수 없지만, 각자 맡은 일에 열심이다. 독도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다. 그들은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고, 밟을 수 있는 독도 땅이라고는 접안지 밖에 없다. 독도의 명물인 삽살개 `천사`와 `서도`조차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여기서 머무는 그 짧은 시간 일분일초가 너무나도 소중해서 배에 다시 탑승할 시간이 임박해도 배로 바로 돌아가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항상 머무는 우리로서는 지금 그런 기분을 잘 모르겠지만, 전역 후 언젠가 이곳에서의 추억이 그리워 접안 지를 밟게 되면 막사가 그리워 계단을 올라가려다 막아서는 독도경비대원을 보며 야속해하지는 않을까?
어느덧 독도에 입도한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날씨가 안 좋아 배를 받아본 적도 별로 없고 이곳 생활에 적응해가는 독도 초보이지만, 관광객들의 소중한 발길을 생각해서라도 이 곳을 지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군기를 다 잡아 임무에 집중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누군가가 말했다. 교육이란 것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자기가 뭘 배우는지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 있는 동안의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아직은 답할 수 없다. 하지만, 마지막 독도에서 군 생활을 마무리할 즈음엔 내가 무엇을 배워서 어떤 일을 했고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히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날까지 난 이곳 독도에 내 청춘을 바칠 각오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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