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행사 재개

▲ 남측 상봉단의 이선향(88·왼쪽) 할머니가 20일 오후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북측의 남동생 이윤근(72) 씨를 만나 부둥켜 안고 울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12명이 부부·자식, 47명이 형제·자매, 23명이 3촌 이상 친지를 각각 만났다. /연합뉴스

3년여 만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됐다.

제19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측 상봉단이 20일 오전 강원 고성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출발·금강산 호텔에 도착해 단체상봉을 실시했다. 3년 4개월만에 재개된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에는 남측 이산가족 상봉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 등 140명이 대상이다. 상봉단이 휴전선을 넘는 것은 18차 상봉 마지막 날인 2010년 11월 5일 이후 1천203일만이다. 이들은 60여 년만에 북한에 있는 가족 178명과 이날 오후 3시부터 `단체상봉`을 진행했으며, 오후 7시 환영 만찬 후 이날 공식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상봉에서 누구 하나 애절하지 않은 사연이 없었다.

상봉자 중 최고령자인 김성윤(96) 할머니는 친동생 김석려(81)씨와 사촌, 조카를 만났다. 김 할머니는 해방 후 북한에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자 1946년 신의주에서 남편과 함께 남쪽으로 왔다. 당시 김 할머니의 부친은 자녀 6남매 중 김 할머니와 남동생 2명만 남쪽으로 내려보냈다. 이번에 만나는 여동생 김씨 등 딸 3명은 너무 어려 신의주에 남겨 둔 것이다. 그때 헤어졌던 어린 여동생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생명이 위중한 가운데 죽음을 불사한 만남도 있었다. 1차 이산가족 상봉단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김섬경(91) 할아버지는 수액을 매달고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집결지인 속초 한화콘도에 들어섰다. 지난 18일 하루 일찍 속초에 도착한 김 할아버지는 감기증세를 보여 쓰러졌다. 김 할아버지는 “아무리 아파도 금강산에 가서 아들과 딸을 만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가족을 만났다.

안타까운 상봉장면도 있었다. 백관수(91) 할아버지는 아내와 아들을 찾길 원했지만 둘 다 고인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헤어질 당시 3세였던 아들은 손자를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떴다. 백 할아버지는 “나만 남한에서 편하게 산 것 같아 손자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김명복(66)씨는 이번에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언장을 갖고 왔다. 유언장에는 “내가 죽더라도 누가 명자를 꼭 찾아라”는 내용과 함께 황해도에 두고 온 부동산 내역도 담겼다. 아버지는 큰딸 명자씨를 북한에 두고 온 한을 안고 돌아가셨다.

한편, 상봉단은 2일차인 21일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외금강호텔에서 비공개로 개별상봉이 진행된다. 3일차인 22일에는 오전 9시부터 금강산호텔에서 1시간 동안 작별상봉이 진행된다.

/이창형기자

    이창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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