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제기차기·윷놀이로 즐거운 한때
또 하나의 가족과 보내는 명절 외롭지 않아
설날 아침, 할머니 댁에 전화를 드렸는데, 시끌벅적한 명절 분위기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독도에서 걸려온 전화에 가족 모두가 저의 목소리에 집중됐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듣는 친척 분들은 저에게 고생이 많다, 차례는 지냈느냐며 관심과 질문이 쏟아졌다. 가족과 함께 옆에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전화로 목소리라도 들으며 그리운 마음을 달랬다.
어제는 설날 차례 상 준비를 위해 오후 내내 대원들이 모여 부침개 등 음식을 장만했다. 한정된 재료 탓에 조촐한 차례 상이었지만 정성은 가득했다.
지나치게 많이 준비해서 버리기보다는 조상님께서 깨끗하게 물려주신 자연을 깨끗하게 보존하고 물려주는 길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었다. 또 설날 오후에는 민속놀이를 했다.
첫 번째로 제기차기. 사실 우리 세대들은 평소에 제기차기 같은 민속놀이를 해보지 않아서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하다. 지휘요원 분들은 대원들보다 훨씬 능숙하게 10개, 20개를 차는데 대원들은 그저 놀란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임무별로 팀을 나눠 차례로 제기를 찼다. 관측근무 팀이 압도적으로 2위인 레이더 팀과 28개의 격차를 벌리며 1위를 달렸다. 레이더 근무 팀의 마지막 순서로 통신팀장이 제기를 차는데 아주 안정적으로 30개를 넘기셔서 막판 역전승으로 1등을 했다. 믿기 어려운 역전승을 한 레이더 팀은 모두 모여 어깨동무를 하고 뛰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두 번째 경기는 윷놀이다. 윷놀이는 달리고 잡는 지략과 전술이 중요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수가 나와야 하는 놀이다.
제기차기에서 역전승으로 승점 3점을 보유했던 레이더 팀은 윷놀이 막판 꼴찌의 위기에 처했으나 분대장의 기적과 같은 윷, 개의 수로 앞서 달리던 상대팀의 두 말을 다 잡아 또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이끌어 내어 2등을 해 승점 합산 결과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종합우승 부상으로 레이더 근무 팀 전원 독도 임무 완수 후 울릉도에서 주중 외출 1회 포상을 받았다. 개인상은 제기차기에서는 가장 많이 찬 대원과 윷놀이에서는 윷이 가장 많이 나온 대원에게 전통시장상품권을 줬다. 수상자들이 정말 부러웠다.
비록 고향에서 가족들과 설날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독도경비대라는 또 하나의 가족들과 즐거운 설을 보낼 수 있어서 저희 독도경비대원들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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