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고교평준화 6년` 명암

▲ 포항지역 고입 전형에 학생우선선발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이 수능을 마치고 즐거워하고 있다.

현행 배정방식, `미달 작전` 등 원칙위배 상황 초래
전산추첨전 정원의 5~10% 사전선발 고려해볼만
평준화 취지 살리려면 성적위주 전형서 탈피해야

① 고교평준화 어떻게 시작됐나
② 포항교육의 변화
③ 포항고교 입시제도 방향

□ 우수학생 확보 위한 과열경쟁

포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시규모가 큰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들은 평준화 고교 입학생 배정시 보다 더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 대도시는 최소 2개 이상의 복수학군을 보유해 고교 입학지원자가 거주하는 지역 이외의 학군에도 합격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2개 학군을 둔 대구의 경우 2010학년도까지 지원자가 학군 내 4개 희망학교를 지정한 뒤 전산추첨하는 `선복수지원 후추첨방식`을 사용하면서 학생과 학교 양측 모두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2학군인 서구, 남구, 달서구, 달성군 내 중학교를 졸업한 지원자들은 대구의 8학군이라 불리며 뛰어난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수성구가 있는 1학군에 지원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1학년도부터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대폭 부여하는 방식으로 학생배정 방식을 바꿨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 일반계고 및 자율형공립고 지원희망자는 1단계 지원에서 학군에 관계없이 2개교를, 2단계 지원에서 학군 내 2개교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 결과 2011학년도 입학자 2만5천992명 중 116명이 서로 다른 학군으로 옮겨갔다.

또한 희망하는 학교에 배정된 학생은 2만2천710명으로 전체의 87.4%의 비율을 보여 전년도 82%보다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대구가 단일학군으로 `선복수지원 후추첨방식`이라는 다소 제한적인 방식의 학생 배정방법을 운용하고 있는 포항에 비해 학생 배정방식에 있어 보다 유연한 형태를 보이고 있음을 알려준다.

반면 포항은 평준화가 적용될 당시 행정구역상 북구에 10개교, 남구에 2개교로 한쪽에 편중된 경향이 심한 탓에 복수학군으로 나누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단일학군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고교가 부족한 남구지역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고, 학교가 집중된 북구지역 학교 간에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단일학군제는 또다른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학생들에게 1지망에서 9지망까지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각 학교의 모집정원보다 1지망 지원자수가 많을 경우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학교는 누구나 탈락이 가능한 전산추첨 방식으로 인해 1순위로 지원한 상위권학생을 잃을 우려가 있어 새로운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미달작전`이다.

1지망 지원자가 전체 정원에 비해 적을 경우 이들을 모두 합격시킨 뒤 미달인원을 2지망 지원자부터 재배정받을 수 있어 고의로 지원자숫자를 조절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포항시 북구의 A고교 입학담당자는 이번 2014학년도 일반계고등학교 접수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포항시내 중학교를 돌며 3학년 담임교사들을 만나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원서를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촌극이 일선 고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포항 B중학교의 한 교사는 “입학원서 접수시즌이 되면 평준화 고교에서 학생 수 조절을 위해 연락이 오거나 방문하곤 한다”며 “학생을 동등한 확률로 분배하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평준화 제도 속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단 한 명이라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학교간 격차 해소방안

이처럼 제한된 학생 배정방식이 지속되면서 각 학교는 뒷문을 통해 상위권 학생을 확보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고, 학생들은 거주지와의 거리와는 상관없이 특정학교에 지망하는 현상이 이어지는 등 평준화 제도의 기본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결국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확보한 학교는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렇지 못한 학교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성과를 내는 비평준화 시절과 동일한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선 고교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학생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학교 숫자가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복수학군으로 분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환으로 최근 포항지역 교육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방식은 `학생 우선선발제`이다.

이 방식은 전산추첨을 통한 일반배정이 이뤄지기 전에 학교별로 모집정원의 5~10%에 해당하는 인원을 사전에 선발가능토록 하는 방식이다.

포항 C고등학교 교장은 “평준화 이후 일선 학교에서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학생을 단 한 명도 마음대로 뽑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방식이 적용된다면 포항지역은 온전한 평준화지역으로 볼 수 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지역의 사정상 선택 가능한 몇 안되는 묘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 학교는 상위권 학생을 동등하게 확보하게 되면서 더 이상 이들을 모시기 위한 작전을 펼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이는 곧 미달작전과 같은 원칙에서 벗어난 행위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망했다.

□ 성적 이외 요소 반영 고입 이뤄져야

고교평준화 제도는 학생 전반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포항지역도 평준화 시행 이전부터 경주, 구미, 안동 등 도내 타 도시에 비해 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고교 입시제도가 아직까지도 중학교 내신성적과 선발시험 점수 등 눈에 보이는 성적만으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발생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성적이라는 기성세대의 잣대에 맞춰 어린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에는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적중심의 고입이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도입한 평준화 제도에도 여전히 적용되면서 중학교 교육은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수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수업과 교육과정 개선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고입전형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흥미와 적성중심의 공부보다는 성적서열을 높이는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행 입시제도가 성적위주의 전형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평준화든 비평준화든 서열경쟁 중심의 중·고등 교육은 정상화되기 어렵다.

특히 교육부가 서열화논란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년째 추진하고 있는 서열평가제가 원래 취지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성적 이외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입시전형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오직 시험점수에만 기대어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을 수십년째 고수하고 있다”며 “석차백분율과 같은 시험성적은 비공개자료로 남기고, 입학지원자를 평가하는 다양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하향평준화 논란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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