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레슬링연맹 새 체급 체계 발표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새 체급 체계를 18일(한국시간) 발표함에 따라 한국 레슬링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메달밭`이던 남자 경량급이 통합·축소된 것은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안길 것으로 분석됐다.

그레코로만형에서 55㎏급과 60㎏급이 59㎏급으로 합쳐지고 자유형에서 55㎏급과 60㎏급이 57㎏급으로 묶인 것이 아무래도 한국에 타격이 크다.

한국 레슬링이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11개의 금메달 가운데 6개가 `페더급`으로 분류되는 60㎏ 이하의 체급에서 나왔다.

건국 이후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선 양정모의 금메달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자유형 62㎏급에서 획득한 것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김원기가 그레코로만형 62㎏급에서 우승했고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정지현이 같은 체급에서 정상에 올랐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안한봉은 그레코로만형 57㎏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레슬링 역사상 유일하게 두 차례 올림픽 정상에 선 심권호는 1996년 애틀랜타에서 그레코로만형 48㎏급을 석권했고, 2000년 시드니에서는 그레코로만형 54㎏급을 제패했다.

심권호가 금메달을 따낸 두 체급은 모두 심권호 이후 사라졌다.

한국은 그레코로만형 54㎏급에서 세 차례 동메달을 따내는 등 강호로 불렸으나 이 체급이 사라지면서 한차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 경량급이 또한차례 통합·축소된 것이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규진(조폐공사)이 그레코로만형 55㎏급 은메달, 우승재(조폐공사)가 그레코로만형 60㎏급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이들이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국가대표 `에이스`들이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4년 만의 금메달을 따낸 김현우(삼성생명·그레코로만형 74㎏급)와 류한수(상무·그레코로만형 66㎏급)는 체급에 큰 변화를 겪지 않는다.

전체적으로는 경량급에서 강세를 보이는 한국, 일본, 이란 등 아시아 국가들이 다소 타격을 입은 반면 중량급 스타들이 많은 러시아 등 동구권 국가들은 변화가 크지 않아 `반사 이익`을 누리는 형국이다. 다만, 일본은 여자 자유형 체급이 4개에서 6개로 늘어나면서 올림픽 메달 전선에 큰 힘을 얻게 됐다.

일본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여자 자유형 4개 체급 중 3개를 석권한 이 종목 최강자다.

55㎏급의 요시다 사오리와 63㎏급의 이초 가오리는 나란히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3연패를 달성해 여자 레슬링의 `전설`로 불린다. 저변이 넓어 두 선수 외에도 여러 유망주를 거느린 일본은 새로 만들어진 체급에서도 정상급 선수를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스포츠의 `영원한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 순위 다툼에까지 영향을 줄 요소가 될 수 있다.

하나로 묶인 경량급 유망주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고의 선수를 길러내고,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여자 자유형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준비하는 한국 레슬링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