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만 바라보는 `천수답 도시` 이젠 그만

포항은 왜 울산처럼 다양한 산업을 유치하지 못했을까? 글로벌 경기 악화로 침체된 철강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각에서 이 같은 지적이 자주 제기되곤 한다. 철강일변도의 포항은 철강업이 내리막을 타면 모든 연관업종도 덩달아 곤두박질친다. 하지만 같은 공업도시인 울산은 조금 다르다. 최근 조선경기가 침체되자 자동차나 석유화학이 이를 커버해 주고 있다. 도시산업구조가 그만큼 다양화 돼 있다는 얘기다. 어느 한 업종이 무너진다 해도 다른 업종이 이를 메우는 산업포토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포항이 산업재편을 할 때 울산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울산, 차·조선 등 4대산업 함께 키워 경쟁력 탄탄
포항도 신소재·바이오·에너지 등 유치 서둘러야

□포항과 울산, 무엇이 다른가

포항과 울산은 한국 산업을 이끌어 온 중추적인 도시라는 점에선 이론이 없다. 포항은 포스코라는 글로벌 기업과 철강공단을 중심으로 한 철강업을 키워냈고, 울산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육성했다. 겉으로 보기엔 두 도시가 비슷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르다.

울산은 세계적 자동차사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라는 조선사, SK에너지, S오일의 석유화학회사, 고려아연, 풍산금속 등 비철금속 업체 등 4대 산업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따라서 울산은 어느 한 분야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어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조선경기 침체로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자동차나, 석유화학이 울산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역으로 한 때 오일파동으로 석유화학이나 자동차가 고전할 때에는 조선이 울산경제를 지탱하며 이끌었었다.

어려울 때 형제가 서로 짐을 나눠 갖고 지혜롭게 대처해 가는 형국이 울산이라면 포항은 철강 일변도의 허약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와 연관된 철강공단에 의존하다보니 철강이 무너지면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이다. 지금 포항이 처한 현실이다.

울산상의 경제조사팀 박상혁 대리는 “울산의 산업포토폴리오는 처음부터 미래를 예측하고 치밀하게 구상된 것”이라며 “4대 산업을 유치한 것도 그런 예측 때문에 가능했다. 어느 한 업종이 무너져도 다른 업종이 이를 보완해 완충작용을 하는 것이 울산경제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포항철강공단의 한 임원은 “포항에는 진작 공단을 추가 조성해 기업을 유치했었어야 함에도 잘나갈때는 우물쭈물하다가 때를 놓쳤고, 뒤늦게 최근 몇년 사이 영일만신항 배후공단 등을 만들어 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투자시기가 아니라며 외면하는 바람에 포항이 더 어렵게 됐다”며 미래 설계를 실기한 당국과 지역 지도자들을 꼬집었다.

□신성장동력 TP, 블루밸리 시급

철강전문가들의 관심은 우리나라 철강경쟁력이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철강을 주력업종으로 하고 있는 포항으로서는 섬뜩한 얘기다. 철강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아직은 경쟁력이 있는 지금, 미래 포항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포항경제를 견인하는 포스코가 여전히 글로벌 기업으로 건재하고 철강과 신소재산업 또한 기술력 등에서 타지역 여느 기업보다 앞서 있는 것이 현 주소인 만큼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철강도시 포항의 산업재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 경제인들과 학자들은 주력산업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변모한 미국의 피츠버그나 시애틀을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당장 포항에 접목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것은 장기적인 플랜인 만큼 좀 더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은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산업 영역을 확대 생산해야 한다는 소리가 많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첨단신소재산업이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IT, 휴대폰, 항공기 등에 주로 쓰이는 마그네슘, 리튬, 니켈, 티타늄, 페로망간 등 신소재산업을 중심으로 도시재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포항시가 추진중인 포항테크노파크(TP) 2단지, 국가산단 블루밸리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특히 블루밸리산업단지는 준공시 울산과 연계한 자동차부품이나 연관 업종 유치로서는 최적지로 꼽힌다고 했다. 자동차산업이 철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 만큼 울산은 공단이 없어 평당 300만원 하는 마당인데, 내년말 포항~울산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울산의 자동차부품업체들이 평당 70만원 선인 포항으로 왜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나주영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제일테크노스 대표)은 “포항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산업구조는 철강뿐만 아니라 신소재,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 자동차부품, 바이오산업 등으로 재편해야 하는 것만은 확실하다”면서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그래도 가장 빠른 시기인 만큼 지금이라도 잘 준비한다면 포항의 미래는 밝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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