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청송 등 경북 북부
지난해보다 가격 반토막

“고추값 하락은 이미 예견된 겁니다. 마른 장마에 오락가락 적당하게 비까지 뿌려주니, 이만저만한 풍작이 아니지요”

사상 유례 없는 고추 풍작으로 산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안동 등 경북북부 지역 고추 가격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의 햇고추 경매현황에 따르면 올해 산 건고추 특상품의 첫 경매가는 600g 한 근에 6천500원, 지난해 60% 수준으로 중품을 포함한 경매 첫 날 평균가는 근당 5천500원에 거래됐다. 홍고추의 경우도 첫 경매가는 kg당 1천550원이었지만 평균가는 1천200원선에 그쳤다.

올해 고추 재배면적이 1천760ha, 지난해의 1천931ha에 비해 8.8%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5천100t으로 지난해의 4천635t에 비해 오히려 10% 증가했다. 고추 값 폭락세는 안동 외에도 고추 주산지 청송과 영양과 의성 지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청송군의 경우 올해 고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18% 감소한 1천38ha이지만 생산량은 3천695t으로 10%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 지역 건고추 산지 시세는 600g당 5천원으로 지난해의 1만원, 홍고추는 ㎏당 1천2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긴 장마에도 불구하고 고추 주산지에 비 피해가 거의 없는데다 뚜렷한 병해충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해 정부에서 수매하거나 수입한 고추 재고량이 남은 것도 한 원인으로 꼽았다.

안동시 관계자는 “고추값 폭락에 따른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산 홍고추 670t을 긴급 수매하고, 계약재배 물량에 대한 현장수매에 들어가는 한편 계약출하농가에 ㎏당 500원의 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손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악명높은 고추농사가 풍작으로 고추 생산량이 늘어났고, 창고마다 지난해 이월된 재고물량이 넘쳐 고추값 하락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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