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미래, 해법을 찾는다(2)
지역 우수대학 활용·연계 절실

과거 미국 성장을 주도했던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클리브랜드의 공통점은 한때 잘나갔던 철강 산업 중심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도시들은 철강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도시, 피츠버그는 1970년대`산업구조 재편`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대신 교육, 바이오의학, 컴퓨터공학 등의 산업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됐다. 피츠버그 변신에서 주목할 점은 `대학의 역할론`이다.


전국에서 몰려든 인재들 졸업만 하면 `脫포항`
쏟아지는 연구성과 실현할 공간·투자 있어야

피츠버그에서 변화를 이끌 성장동력으로 대학을 선택한 것은 시 당국이었다. 피츠버그시는 대학의 교육과 연구 인프라에 예산을 집중 투자했다. 특히 카네기멜론대학(CMU)을 적극 활용, 대학구성원들의 머리를 빌렸다. 미국 대표 연구중심대학으로, 개교 이래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세계적인 석학과 학생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명문대학인 카네기멜론대학 또한 지역의 위기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앞장서서 지역이 미래에 먹고 살 산업을 제시하며 계획을 수립해줬다. 우수한 인력이 있고, 잘 짜여진 그림이 있다보니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대학에서 생산한 각종 연구 결과물은 그 중심적 역할을 했다. 구글, 인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피츠버그로 몰려들게 했던 것. 또한 창업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들은 학교로부터 독립해 회사를 꾸려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 됐다. 이 뿐만 아니라 대학과 대학관련기관 자체를 고용창출의 중심으로 삼은 정책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피츠버그대학병원(UPMC)은 단적인 사례다.

피츠버그시에서 UPMC는 그 기반이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5만4천여명이 근무, 최대 고용창출기관이다. 연간 병원 매출액이 100억 달러에 달하다 보니 관련 산업을 통해 먹고 사는 사람들 또한 적잖다. IT 산업을 의료계에 접목시킨 곳도 UPMC다. 환자정보를 IT 서비스와 연결해 개인의 건강 상태를 병원방문 없이 점검, 관리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미국을 놀라게 했다. 질 높은 의료 서비스가 인구 유입을 불러 온 것은 당연한 일.

피츠버그대학병원 외에도 피츠버그대학엔 약 1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피츠버그에는 현재 정보통신 분야 1천600여개의 기업에서 3만 2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이 대학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철강에 의지했던 피츠버그시가 위기속에서 20여년 만에 기업이 아닌 대학을 중심으로 한 관련 산업을 통해 고용 창출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포항에도 포스코 중심의 산업을 재편시켜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학이 있다. 포스텍과 한동대다.

2개 대학 모두 짧은 기간안에 국내는 물론 세계속의 유수대학이 됐다. 특히 포스텍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포항도 지역 우수대학을 활용·연계한다면 포항의 미래를 밝게 그려 갈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 포항과 포스텍의 관계는 왠지 엉거주춤한 양상이다. 포스텍이 완전히 포항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 같고, 포항시민 또한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공간으로 포스텍을 바라만 보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두뇌를 가진 포스텍 출신 인재들이 졸업만 하면 대부분 포항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포스텍 교수들과 연구진들도 자신들의 일만 하면 되지, 포항의 일엔 별무 관심인 것이 지금 포항에서 빚어지고 있는 지역과 대학의 관계다.

포스텍이 오래 전에 개설키로 하고 계획을 수립했지만 무산된 의료전문대학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당시 포스텍은 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키로 하고, 포스코 이사회에 상정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이 계획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그때 포항시, 당국 등 관계기관들이 적극 나섰더라면 성사됐을 일”이라면서 “그때는 지역사회나 시민들이 남의 일처럼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만에 하나 포스텍에 의료전문대학원이 개설됐더라면 병원 설립 등으로 이어져 포항이 국내 의료 분야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텍에서 쏟아지는 연구결과를 포항에서 실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하다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

포스코의 한 임원은 “포스텍의 연구 결과만 지역 산업과 잘 연결된다면 포항은 일자리를 찾아 몰려오는 사람들로 넘쳐 날 것”이라며 지역과 대학이 오래전에 고민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AP포럼 미국 벤치마킹을 주도했던 포스텍 김용민 총장은“대학은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과 지역 단체가 협력한다면 더 많은 대학생들이 지역 사회에 남을 것”이라며“포스텍 학생들이 창조한 연구 성과들이 상품으로 이어지는 창업 프로그램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포항시, 대학, 상공회의소, 기업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보공유와 함께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이익에 주안점을 두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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