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기자단의 두바퀴路
⑻ 조선시대 전통음악 `정가(正歌)`

▲ 두바퀴로 취재단이 포항시 달전리에 있는 만지락 전통문화체험공방에서 정가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옛 선비들은 정신수양을 위해 음악을 몸소 익혔다. 그들이 익히고 부르던 노래를 정가(正歌)라 한다. 바른 마음을 가지기 위해 혹은 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예부터 호남 판소리, 영남 정가라 부르기도 했다. 두바퀴로 취재단은 이번 주엔 우리 고유의 무형 문화자산인 정가공연을 찾았다. 한 여름의 찜통 같은 날씨였다. 하지만 취재단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차량행렬은 포항시 달전리에 소재한 만지락 전통문화체험 공방을 향했다.

호남 판소리와 견주어 영남 정가라 불러
포항·경주지역에 정가 이수자 다수 활동

취재단 전용 승합차에서 박계현 (사)문화와시민 대표가 인사를 했다. “오늘은 역사지 탐방보다는 우리의 전통 무형문화자산을 배우러 갑시다.”

그때, 뒷좌석에서 포항 예술고 신노을 학생이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물었다.“정가가 무엇인가요?” 박 대표는 씨익 웃어 보이더니 진지하게 설명을 한다.

“우리 조상들은 계층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즐겼습니다. 정악은 사대부 양반들이 즐기는 가곡·가사·시조를 통칭합니다. 그리고 이를 `정가`라고 부릅니다. `정가`는 맑고 청아한 음색과 절제된 시김새가 특징입니다.”

청아한 음색·절제된 시김새 특징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우는데, 해맞이 포럼 김명희 이사가 질문을 했다. “그러면 가곡·가사·시조는 무엇인가요? 가곡은 `비목`이나 `그리운 금강산`같은 노래를 의미하나요? 가사는 노랫말을 의미하고, 시조는 국어책에서 배웠던 시를 말하는지…. 하하!”

이번에는 옆에 있던 이나나 박사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가곡·가사·시조는 이사님이 말한 것과 전혀 다른 것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조금 있다가 백솔이 선생님께 여쭈어 보도록 합시다.”

한마음후원회 권기봉 회장이 넉살스럽게 턱을 당기며 말을 잇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안동 권씨 양반가문인 제가 정가를 한 번 불러 보겠습니다.”

“♬~ 태평~성~대~….”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이 끊어질 듯한 권 회장의 몸짓에 두바퀴로 취재단은 깔깔 넘어간다. 덩달아 숨이 넘어간다.

무더위도 쫒아버린 웃음 속에 어느덧 취재단은 언덕 위 체험공방에 도착했다. 유기청, 김용희 원장 내외가 잘 단장된 정원으로 안내했다. 푸른 잔디 위 원두막에서 백솔이 선생이 날아갈 듯 단아한 한복차림으로 취재단을 맞이했다. 그녀의 치맛자락 사이로 버선코가 살그머니 내보였다.

한껏 뽐낸 그 고운 자태에 왁자지껄 취재단은 숨소리도 멈추었고, 국악 반주가 잔잔히 흘러나왔다. 백 선생의 정가가 시작되었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창작 국악으로 불렀다.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시는 길에 고이 뿌리 오리다…. ♬”

때마침 하늘에서 부슬비마저 내려 애절한 가락에 운치를 더한다. 순간, 두바퀴로 취재단은`여기가 인간계인가 천상계인가!` 정가에 젖어들었다.

연이어 전통 가곡 `이수대엽`을 부른다.

“♬~ 언약~이 늦어가니 정매화도 다지거다(기다려도 님은 오지 않고, 뜰의 매화도 지는구나) ~ ♪

아침~에 우든 까치 유신타 하랴마는(아침에 우는 까치를 믿을 수 있겠느냐만) ~ ♪

그러나 경중 아미를 다스려 볼까 하노라

(그러나 거울의 눈썹을 화장할까 하노라). ~ ♬”

사대부 양반들이 불렀던 노래

백 선생은 천천히 마이크를 고쳐 잡고 대답했다. “정가는 옛날 우리 사대부 양반들이 부르던 노래입니다. 옛날에는 시에다 가락을 붙여 노래를 불렀는데 이를 `시조`라고 합니다.”

즉, 자기 무릎에 손장단을 맞추며 편안히 부르면 `시조`가 된다. 하지만 여러 악기의 반주까지 갖추어 제대로 부르면 `가곡`이 된다. `시조`보다 `가곡`이 정형화 된 노래를 의미한다.”

한문학을 전공한 신일권 박사가 설명을 덧붙였다. “국어책에서 배운 `시조`와 여기서 말하는 `시조`는 다른 것입니다. 국어책에 나오는 `시조`는 옛날 시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지금 설명하는 `시조`는 시에 가락을 얹어 부르는 노래를 의미합니다.”

안성용 박사도 한마디 거든다. “저도 정가 중 `가사`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가사` 또한 조선 시대 풍류를 즐기던 양반들에 의해 발전했습니다. `가사`는 가곡과 민요가 섞여 있는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가사`는 `가곡`과 비슷하면서도 민요의 화려하고 섬세한 표현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 맞습니다. 또 `가곡`의 노랫말은 형식이 있지만, `가사`의 노랫말은 형식이 없습니다. 그래서 훨씬 자유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가사`는 서민층에서도 즐겨 불렀습니다.” 시립교향악단 임희도 단무장의 깔끔한 정리가 있었다. 예부터 호남 판소리, 영남 정가라 부르기도 했다. 현재 포항과 경주 주변에는 다수의 정가 이수자들이 활동 중이다.

 

▲ 모성은 교수와 두바퀴로 취재단이 전통무형문화자산을 배우는 이번주 일정을 모두 마친 뒤 한 자리에 모여 기념촬영 하고 있다.

몸과 마음 바르게 해 주는 정가

“`월하탄금도`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달밤에 한 선비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그림입니다. 옛 선비들의 철학과 음악에 대한 관점을 잘 드러낸 그림으로, 마음으로 거문고를 연주하며 자연과 합일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미술사 전공자 이나나 박사가 덧붙였다.

마침 두바퀴 취재에 동석한 신경정신과 김종호 원장이 쑥스러운 듯 “서양음악은 맥박을 리듬으로 삼는데, 정가는 호흡을 길게 노래합니다. 속도가 느리지만 풍류가 있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는 정가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임희도 단무장은 말을 이었다. “한국의 선비들은 음악을 단순히 즐기는 차원을 넘어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도구로 사용했지요. 지금은 대학교 국악과에도 정가 전공이 있지만, 일반시민들이 거의 정가를 모르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신선의 노래

정가는 한국의 산과 옛 건축물·춤·한복 등에서 볼 수 있는 단아하고 유현한 아름다움을 연상케 한다. 이처럼 자연을 닮은 소박한 선율을 노래하다보면, 어느새 자연과 물아일체되어 노래자신이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한마음후원회 이길호 사무국장은 “정가는 실로 맛과 멋을 겸한 `명품`문화입니다. 이런 전통을 발굴하여 우리 지역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 주어야합니다.”

“맞습니다.” 예술문화연구소 이영백 사무국장도 싱글벙글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앞으로 구역사 주변을 시민문화 광장이나 전통 국악예술원으로 조성하여 정가와 같은 격조 높은 음악을 누구나 쉽게 전하고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정가와 판소리는 둘 다 우리의 대표적인 전통음악이다. 문화 창조도시의 한 대안으로 정가와 판소리를 새롭게 조명하는 것도 포항문화의 정착에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문화에 목말랐던 두바퀴로 취재단 일행은 김용희 원장이 준비한 전통차 시연으로 목을 축이고, 더불어 천연 쪽 염색 과정도 체험했다.

이번 두바퀴로 취재는 무형의 유산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가와 같이 무형의 전통문화가 우리지역의 품격을 높여주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집필책임:모성은 교수

문화특강:백솔이(정가), 유기청, 김용희(체험공방)

사진촬영:안성용, 황종희, 이재원

집필지도:이나나, 신일권

동행취재단:김종호, 박계현, 이영숙, 임희도, 이영백, 김명희, 권기봉, 이선덕, 김효원, 노경훈, 정경식, 이길호, 김영미, 신노을

제작책임:사단법인 문화와 시민

▲ 두바퀴로 취재단이 포항시 달전리에 있는 만지락 전통문화체험공방에서 정가공연을 관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