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호 시장 포항승마장 전격 백지화
`집단민원 만능주의 부채질` 거센 비판
“향후 시정추진은 어떻게” 우려도 높아

▲ 3일 오전 박승호 포항시장이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엄정수 승마장 반대대책위 공동의장 등 양덕동 주민들과 함께 승마장 건립 백지화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시가 양덕승마장 건립사업을 백지화함에 따라 향후 집단민원이 예상되는 사업추진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관련기사 4면> 박승호 포항시장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승마장건립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박 시장은 “행정적 절차나 요건이 부족해 승마장 건설을 중단하는 것이 이니라 어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행정절차에 따라 진행한 사업을 주민들의 집단민원 때문에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시가 집단민원이란 실력행사에 밀려 백기를 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집단 민원과 관련해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긴 모양새여서 자칫 `집단민원 만능주의`를 부추겨 강력한 시정 추진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정부의 말산업 육성정책에 따라 승마인구 저변 확대 및 기반시설 확충을 목적으로 양덕동 종합스포츠타운 조성지내에 승마공원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비 55억여원을 들여 전체 면적 8천402평(실내마장, 마사, 관리동, 실외마장 등)의 승마공원 사업을 지난 1월 착공, 공정률 90% 상황에서 주민반대로 공사가 중단됐다.

박 시장은 양덕초등학교 등교거부사태가 일어나자 즉시 공사잠정 중단을 발표하고, 주민 대화와 설득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화나 중재 등을 통한 사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학생들의 등교거부 7일만에 전격적으로 사업 포기를 결정, `원칙없는 행정`이란 비난을 자초했다.

문제는 향후 포항시가 추진중인 각종 민원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양덕동 승마장 사례를 들며 집단민원을 제기할 경우 사업추진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시는 효자빗물펌프장 설치 반대, 포항국가산업단지 조성 주민 보상 민원을 비롯해 흥해읍 7번국도 우회도로 개설 반대, 영산만산업 노조의 포항시 행정관리 부실 민원 등이 제기돼 있고, 이밖에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크고 작은 집단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박 시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집단민원 발생에 따른 이해당사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포항에서 첫 사례일 것”이라며 “행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난감해 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 절차상은 문제가 없었지만 학생 등교거부만큼은 안된다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일반 민원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포항시의회 A의원은 “이번 승마장 사업은 여러가지 행정절차상의 오류가 있어 백지화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결정된 행정행위가 집단민원에 밀려 중단되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시정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항지역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도 “행정의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대의기관인 시의회 의결까지 거친 포항시의 사업이 천재지변도 아닌 민원에 굴복해 중단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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