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호 포항북부경찰서 정보계장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각종 경조사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된다.

주변에선 경조사비 때문에 부담을 갖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특히 퇴직 후 넉넉지 않은 생활비로 소일하는 몇몇 지인들은 경조사를 하나하나 챙긴다는 것이 큰 부담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조사 비용을 포함한 가구당 `이전지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지갑을 닫으려는 심리가 결혼이나 사망 등 경조사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결혼과 사망 등 경조사 건수가 최근 13년 이래 가장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이 `경조비 최소화` 풍토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나를 당황스럽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직장 상사인 이상근 경무과장이었다. 이유는 얼마 전 과장님의 모친상에 문상을 하면서 드린 조의금이 정확히 5일후 내 책상위에 되돌아 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위를 알아보니 과장님이 이미 얼마 전 자녀혼사로 직원들에게 축의금을 받았는데 다시 모친상으로 인해 직원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미안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며 편안하게 대해주셨던 분이었기에 충분히 이러고도 남을 분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경우가 처음인 나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며칠 후면 더 이상 출근해서 그분의 정감 있는 인사말을 들을 수 없다. 36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6월 말이면 사회 초년생으로 새 출발을 하시기 때문이다.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한다. 함께 할 때도 그랬지만 떠나고 나면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일 것 같아 아쉬운 마음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