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석수 성요셉복지재단 상임이사·신부

일상을 떠나 바다가 호수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교육관에서 피정을 했다. 첫날 창문 열듯이 마음의 문도 열리기를 자연의 바람이 방을 통과하듯이 내 마음도 새로운 정신으로 소통되기를 침묵으로 머물렀다.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 놓고 기다리면서 피정에 참가한 이들의 모습 하나하나를 살펴보니 기도를 하고 성경을 읽고 있었다. 그들을 통해 일에 빠져 소홀히 한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다음 날부터 성경말씀을 묵상했다.“참으로 하느님께서 여러분 가운데 계신다”는 현존을 믿고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는 구절이다. 모든 것을 덮어 준다는 것은 따뜻한 이불처럼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시간을 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찾아보니 `생각이나 감정을 받아들이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거는 행위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시작은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시작된다는 점이다.

괴테는 “후세에 태어나는 사람들은 방황해서는 안 된다. 노인의 충고를 받아들여 앞을 똑바로 보고 멋진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내 인생에 있어 충고를 해 줄 노인은 누구인가? 괴테의 질문에 괴테에서 답을 찾으면 한 마디로 책이다. “책이란 새로운 지인과 같다”한 괴테의 말에 공감하며 책은 새로운 관점과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비추어 주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삶의 질곡에서 생부를 통하여 독서라는 선물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다.“나처럼, 심지어 나보다 더 괴롭고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결국 훌륭한 인물이 된 사람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도 책이었습니다. 슬픔과 절망이 찾아왔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도 책에서 얻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독서란 미래를 향해 활짝 열린 커다란 문입니다”

유대인들은 토라(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끊임없이 읽고 이해하기 위하여 수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 그 자체가 기도가 되고 생활이 되도록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쿰란 공동체를 운영했던 에세네 파 유대인들은 토라를 필사하고 재산을 공동 소유할 뿐 아니라 식사 기도 공부를 함께 했다.

고건의 공인 50년 국정은 소통이다라는 칼럼에서 보면, 함께 현장을 방문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공직자의 부단한 노력을 나타난다. 책을 통한 공부는 주로 젊을 때 하는 것이라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과의 토요데이트`에서 소통을 이루면서 설득과 설득당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답을 만들어 가는 공부도 참으로 매력 있어 보인다. 그로인하여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점이다. 일본의 공직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은 위안부할머님들의 생의 질곡을 겸허히 듣고 어디서부터 첫 단초를 마련할 것인지 진짜 공부 좀 하기를 바란다.

예수님은 모든 관계가 단절되어 상여에 뉘여 있는 젊은이에게 말씀을 건넨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한 말씀이기도 하지만 북송된 그 청소년들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그들이 체험한 세상을 평양의 놀이공원을 둘러보고 평양 시내를 둘러본다 하여도 때로는 생업에 빠져 살게 되겠지만 그래도 온 몸으로 한 공부를 잊혀질리 있겠는가.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그 누군가가 독점적으로 묶어 둘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삶의 무게로 죽은 듯이 살고 있는 북한의 동포들에게 끊임없이 사랑으로 이불을 덮어 주듯이 그들에게 작은 공간을 마련해 주고 나아가 그들의 다른 생각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으로 대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만남의 장에서 그들에게 더 발전적이기 위하여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서 궁극적 답에 도달하도록 시간을 줄 필요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