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속 호박 고구마`로 제2의 인생 “고구마 생산이 내 천직”

▲ 육묘장에서 생산된 동굴속 호박 고구마를 포장한 상품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이문석씨.

동굴속에 고구마를 저장해두었다가 출하시기를 조절하며 제값을 받고 파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귀농에 성공한 주인공이 있다.

영덕군 달산면 대지2리에 `동굴 속 호박 고구마`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귀농인 이문석(61)씨.

그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로 고향 주민 그리고 고구마 생산농민들과 윈윈하며 귀농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작년에 경북농어업인 대상 농수산물 가공 유통분야 대상까지 수상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는 귀농인이다.

달산면 사무소에서 2km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그를 찾아 간 기자에게 “안녕하십니까. 이문석입니다”라며 두툼한 큰 손을 내밀었다. 햇빛에 그을려 피부는 검게 탔지만 탄탄한 몸이 청년처럼 느껴졌다.

영덕호박고구마 영농조합법인 대표인 이 씨는 “품질이 일정한 고구마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원래는 제가 건축업을 했습니다. 대전에서 한 30년 열심히 벌었는데, 고향이 그립길래 그 길로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고향에서도 건축업을 했는데, 여동생이 어느 날 고구마 한번 키워 보라고 하길래 얼떨결에 시작했다가 이만큼 왔습니다”

이 씨는 우연찮게 시작한 고구마 생산이 천직이 됐다고 웃었다. 이 씨는 고향에 내려온 2002년 동생이 안면도에서 구해온 고구마 종자 30상자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건축업을 함께 하고 있었던 터라, 농사일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400평에서 시작한 농사가 2년만에 1천600평으로 늘어나자, 방법이 없었다. 그 길로 그는 사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본격적으로 고구마 농사에 매달렸다.

 

▲ 동굴속에 저장된 호박고구마.

“고구마는 잘 크는데, 문제는 보관이었습니다. 모든 농가들이 고구마를 한꺼번에 출하하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출하조정을 위해서는 보관문제가 해결돼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고구마는 너무 추우면 썩어버리고, 더우면 싹이 나버리기 때문에 온도유지와 수분조절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 창고에서 온도와 습도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기에 그의 고민은 커져만 갔다. 그때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농장 주변의 폐광. 이 곳에 시험삼아 고구마를 보관했다가 보관성과 맛이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한 이씨는 주변 농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농민들은 이씨가 대표로 영덕 고구마를 수매해 동굴에서 보관 한 뒤 수요시기에 맞춰 출하해줄 것을 제의했고,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영덕군도 우수한 지역 브랜드의 탄생을 반기며 예산 7억원을 인공동굴 건립에 투입했다. 개당 100평에 달하는 인공동굴 3개소가 지어지자 매년 20억원에 달하는 농가 수익이 보장됐다.

인공동굴은 이씨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녹아있다. 30년 넘게 건축업을 한 기술자답게 인공동굴을 자연동굴처럼 재현해냈다. 우선 동굴 내부의 온도유지를 위해 들숨과 날숨의 원리가 적용된 공기구멍을 만들었다. 또 섭씨 13~14도의 적정한 온도유지를 위해 2m가 넘는 흙무덤을 쌓았다. 이렇게 수분과 온도를 정확히 잡아낸 `동굴속 호박 고구마`는 현재 전국에서도 입소문이 날 만큼 유명해졌다.

요즘 이씨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좋은 고구마 생산을 위한 교육. 고구마 생장에 가장 적합한 비료를 적용하고, 일정한 크기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최적의 심는 간격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서도 이씨는 육묘관리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상주 등 경북지역 각지에서 육묘관리 교육을 받으러 이곳에 올 정도로 그의 육묘관리 실력은 남다르다.

“고구마 생산도 중요하지만, 고구마의 생장 기반이 되는 육묘사업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생산한 육묘가 튼튼한 고구마로 자라 농민들의 소득을 올려준다는 생각만해도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육묘 생산이 갖는 부가가치를 알기에 이 분야에 보다 많은 공부를 해볼 생각입니다”

이 씨는 올해 600평의 육묘장을 조성해 전국 고구마 농가에 `동굴속 호박 고구마`의 씨를 뿌릴 계획이다. 그는 우리네 식탁에 건강하고 맛있는 고구마를 올리기 위해 하루도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대전에서 도시생활을 마치고 귀농한지 11년차 농부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게 서툴다. 도심에서 익숙한 생활로 농촌실상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나마 고향에 친지 가족들이 있어 쉽게 적응 할수 있었다. 이 씨는 특히 가족들 보다 더 잘 챙겨주는 이웃 사촌들로 인해 모든 일들이 순탄했다고 말했다.

 

▲ 인공으로 만든 동굴 밖 전경.

아직까지 농촌 인심은 각박한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정겨운 사람 냄새 나는 삶의 터전이 자리잡고 있다며 그 때문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농촌에는 일손이 크게 모자라 농사를 짓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농촌은 인구감소로 노동력 부족이 하루가 다르다고 말한다. 적극적인 귀농·귀촌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 개발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돌아와 일할 수 있게 안정적인 농촌 환경을 만드는게 시급하다는게 이 씨의 생각이다.

고령화된 노동력으론 농촌의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힘든 농촌일에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 자연히 마음이 안타까워 진다고 말했다.

한편 영덕군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에게 안정적인 농촌생활정착을 돕고 농촌지역에 유용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영능력을 갖춘 타 산업의 우수인력을 양성하고 전문화된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농업인이 지역사회에 성공적 정착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덕/이동구기자 dglee@kbmaeil.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