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김기문 교수팀 개발, 기존보다 14배 강한 접착력 보여

▲ 좌측부터 김기문 교수, 안영주씨
끊임없이 물과 싸워야 하는 선박과 물속에서 사람을 대신해 해저를 탐사하거나 쓰레기를 치울 수 있는 수중 로봇, 수술할 때 수술부위를 봉합할 수 있는 의료용 접착제 등에 도입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포스텍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지금까지는 홍합 등의 해양생물을 이용한 연구가 발표된 것과는 달리 `인공호박(쿠커비투릴)`으로 불리는 초분자를 이용한 이 연구는 발표되자마자 수많은 저명 해외저널들이 앞다퉈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소개하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포스텍 화학과 김기문 교수(58)·박사과정 안영주씨(30) 팀은 속이 빈 호박 모양을 하고 있는 화합물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의 인공결합쌍의 강한 결합력을 이용해 새로운 접착물질인 초분자 벨크로(Velcro, 속칭 찍찍이)를 개발했다.

자연계에서 가장 강한 결합쌍으로 알려진 아비딘-바이오틴의 결합력과 동등한 것으로 알려진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을 이용한 이 벨크로는 그 독특한 원리 뿐만 아니라 물속에서 2㎏까지 견뎌낼 수 있다. 또 실제 벨크로에 비해 14배에 달하는 접착력을 보여주는 등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돼 화학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3월호 뒷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지금까지의 접착제들은 생체에 유해한 물질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다 물속에서는 접착력이 저하되거나 없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생체 속, 해양 등 대부분이 물로 이뤄진 환경에서도 우수한 접착성능을 보일 수 있는 접착제 개발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홍합 등을 이용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왔다.

하지만 이런 결과들은 접착이 반복될수록 약해지거나, 외부의 자극을 통해 접착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 교수팀은 이런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쿠커비투릴과 페로센의 화학적 결합력을 벨크로에 응용했다. 물속에서 쿠커비투릴로 이루어진 표면과 페로센으로 이루어진 표면을 손으로 누르면 벨크로처럼 붙는다. 이때 페로센이 갈고리와 같은 역할을, 쿠커비투릴이 걸림고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갈고리에 걸리는 벨크로와는 달리 소수성 상호작용과 이온-쌍극자간의 결합력 등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벨크로는 물속에서 약 2㎏의 무게를 견디고, 공기 중에서는 4㎏까지 견딜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벨크로의 14배에 달한다. 또한 이 초분자 벨크로는 실제 벨크로처럼 반복해 접착할 수 있으며, 전기적 산화에 따라 페로센과 쿠커비투릴과의 결합이 달라지는 점을 이용해 스위치를 만들어 자유자재로 벨크로를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다.

이 벨크로는 수술용 봉합제(의료용 접착제), 또는 수중용 밴드나 치과치료는 물론 선박 수리, 수중로봇 등 의료부터 첨단 IT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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