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신년 화두는 `귀농·귀촌`
⑹ 영양 대티골 풀누리 대표 권용인·이은주 부부

▲ 꽁지머리를 묶고 수염을 기른 대티골 탈바꿈의 주역 권용인씨가 지난해 토종 산마늘밭에서 일하는 모습

지난 2005년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로 귀농한 풀누리 대표 권용인(57)·이은주씨 부부.

두 사람의 귀농동기는 특별하다.

삶에 지치고 힘든 도회지 사람들이 농촌으로 와서 휴식을 취하고 지친 심신을 치유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데서 출발했다.

부부의 정착지는 경북에서 가장 높은 일월산을 뒷산으로 하고 있는 해발 500m에 위치한 영양군 일월면 대티골. 영양읍내에서 차량으로 30분 걸리는 곳이다.

권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했다. 그러던 중 1998년 발해 건국 1300년을 기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본까지 뗏목으로 24일간 항해에 나섰다. 하지만 그 와중에 동료 4명을 잃는 불의의 사고를 겪고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사고의 충격으로 지친 권씨는 도시 생활을 접고 귀농을 선택했다. 평소 야생화와 전원생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영양군 일월면 용하리 대티골이토종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적지로 판단해 부인과 함께 들어왔다.

2005년 귀농한 권씨는 대티골을 문화와 먹을거리, 생활이 한데 조화를 이룬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대티골 32가구 중 20가구가 수 십년째 고추 농사로 생계를 잇고 12가구는 은퇴 노인이 살고 있는 여건에서 권씨가 꿈꾸는 `자연치유생태마을`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았다.
 

▲ 생명밥상 `풀누리 소반`. 비료 한 알, 농약 한 방울 안 들어간 무공해 채소를 자연에서 그대로 채취해 만든 밥상이다.

꽁지머리를 묶고 수염을 기른 대티골 탈바꿈의 주역을 맡은 산 사나이 권씨는 포기 하지 않았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오로지 동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등 묵묵히 뚝심을 발휘한 끝에 주민들의 마음을 바꿔놓았다. 뜻을 모은 주민들과 마을 앞 도랑을 청소하고 숲길을 정비했다.

농가마다 생활하수를 자연 정화하는 시설도 갖췄다. 덕분에 3차 정수기능을 하는 각 농가의 연못은 올챙이가 살 정도로 깨끗해지는 등 마을의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산림자원을 활용한 마을주민 공동사업을 착안하고 망설임 없이 추진했다. 울릉도 등 일부에서만 재배했던 토종 산마늘 200만 포기와 두메부추 등 야생 그대로의 산나물을 10여가구 마을 주민들과 재배했다.

수확한 산나물을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 납품 고소득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귀농꿈은 영글기 시작했다. 도시 시장에서는 살 수도, 맛 볼 수도 없는 진귀한 토종 산나물을 자연 그대로 재배해 특성화 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이제는 산마늘 재배면적만 약 7천평에 달한다.

영양고추가 자라던 고추밭이 산마늘 밭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 안에 자라는 산마늘 모종만도 약 300만 포기나 되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권씨는 산마늘을 단순히 잎으로만 판매하지 않고 소비를 확대시켜가고자 노력한다. 산마늘 효소, 산마늘 김치 등 먹는 법을 다양하게 개발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곳 대티골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들과 산에서 나는 각종 풀들로 가득 차린 생명밥상, 즉 비료 한 알, 농약 한 방울 안 들어간 무공해 채소를 자연에서 그대로 채취해 만든 밥상 `풀누리 소반`을 대접했다. 밥 한끼에 2만5천원이나 한다. 비싸다. 하지만 비싸지 않다. 갑자기 들이닥쳐 밥을 달라고 해도 줄 수 없다. 한겨울이라도 햇볕 드는 곳에서 낙엽 아래 숨 쉬는 나물을 캐서 찬거리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그 정성과 노력을 감안하면 `생명밥상`은 비싸다고만 할 수 없다. 산나물 샐러드를 만드는 재료도 직접 효소를 발효시켜 만든다.

그는 또 함께 씨 뿌리고 나물 뜯고, 산채 음식을 만드는 `풀누리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 안에 자리한 풀누리교육농장을 찾으면 권용인 부부와 함께 몸풀기 체조를 한 뒤 풀누리 교육농장 소개와 금강초롱, 미스킴라일락 등 우리꽃 이야기와 단군신화로부터 내려오는 마늘(산마늘) 이야기 등 온가족이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월별로 이루어지는 체험이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 대티골 황토구들방. 몸에 좋은 황토와 금강소나무를 사용해 짓고, 나무를 이용해 난방하는 자연주의 숙박시설이다.

특히 권씨 부부는 황토방을 매개로 도시인들과 소통하려 하고 있다.

농가 옆에 한 동식 지어 놓고 손님을 받는 이유도 마음으로 손님을 맞기 위해서다.

마을을 끼고 한 바퀴 트레킹 할 수 있는 약8km의 아름다운 숲길은 대티골의 자연자원 중 당연 으뜸이다. 숲길을 걷느라 약간 피곤한 몸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대티골 황토구들방이다.

몸에 좋은 황토와 금강소나무를 사용해 짓고, 나무를 이용해 난방하는 자연주의 숙박시설이다.

마을주민들은 여행객들에게 보다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꺼이 장작으로 불을 지펴야하는 일을 감수하고 있다.

권씨는 풍경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은 이 마을이 진정 도시인들이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자연치유생태마을`로 거듭나기 위해 황토 구들 민박 9가구를 운영한다. 매출의 10%를 마을기금으로 적립해 농사를 지을 기력이 없는 노인들에게 일정액을 기부하고 마을행사 운영비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권용인씨의 노력의 결과, 대티골은 2008년 경북도가 지원하는 `부자마을 만들기사업`에 선정됐고, 2009년 생명의 숲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길` 공모에서 어울림상을, 환경부로부터 `우수생태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외씨버선길`코스 중 가장 인기 있는 길로 입소문나면서 하루 수십명의 사람들이 `자연치유생태마을`에서 진정한 휴(休)를 취한다.

권씨는 “대티골은 아름다운 야생화가 마을을 감싸고, 사계절 빼어난 자연경관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마을이어서 연간 1만여 명이 찾고 있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크고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작고 소박해도 따뜻한 사람 냄새”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귀농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며 놓고·버리고·비워내는 연습을 한다”며 “욕심도 근심도 모두 내려놓고 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는 것이야 말로 인생 2막 귀농인으로서 삶에 있어 너무 소중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권씨 덕분에 영양을 `오지`(奧地)라 생각하는 도회지 사람들에게 이제 영양은 나를 알아가는 `오지`(五智)로 자리잡고 있으며 작고 소박해도 사람냄새 나는 이 곳이 인생 2막 힐링캠프가 되고 있다.

영양/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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