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과일 파파야와 사랑에 빠진 보디빌더

▲ 시설하우스가 설치된 파파야 농장에서 최근 방문한 여성 고객에게 황순곤씨가 가정에서 손쉽게 관상용 파파야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각오로 농촌에 안착하기 위해 개인마다 나름대로 농업에 대한 기초 지식 습득은 기본이고, 작물을 재배할 토지에다 농작물의 선정, 주변의 교통과 편의시설 등 어느 하나 소홀할 수가 없다.

15년전 취미로 감귤분재 가꾸기 시작하며 열대과일 매력에 `흠뻑`
3년전 안동 정착… 여름엔 노지, 겨울엔 시설하우스 재배로 고소득
“처음부터 수입에 집착한 무리한 투자는 금물” 충분한 예비기간 강조

선택하는 농작물도 약초와 같은 특용작물에서 오이, 토마토, 딸기 등 다양하다.

안동에서 제주도서나 수확이 가능할 정도로 고온다습한 기후에 적합한 열대작물 `파파야`가 무럭무럭 자라는 곳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겨울철 안동은 지형적 영향으로 유난히 추운 탓에 열대작물 재배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파파야를 여름에는 노지에서, 겨울엔 시설하우스에서 전천후로 재배하면서 고소득을 올리는 50대 귀농인이 주목받고 있다.

안동에 정착하기 전 보드빌더 겸 트레이너로 여느 도시민들처럼 살아가던 황순곤(52·안동시 와룡면 이상리)씨가 주인공.

체육대학을 나와 스포츠맨에서 귀농맨으로 180도 변신한 황씨가 파파야를 재배하게 된 동기는 감귤 1그루를 분재하던 그의 취미에서 시작됐다.

15년 전 30대 중반의 황씨는 제주도로 전지 훈련을 갔던 대구 모 프로야구 구단 선수들로부터 선물로 받은 감귤나무는 그를 특별한 농사꾼으로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분재에 달린 앙증스런 감귤에 홀딱 빠진 그는 그 후로 바나나, 망고 등 10여년 간 취미로 기른 열대작물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나 됐다.

수많은 분재로 가득 채워진 그의 자택은 아예 온실이나 다름 없을 정도. 하나, 둘씩 취미로 모은 열대작물은 베란다를 비롯 거실, 안방까지 빼곡히 차지했고, 온도와 습도를 맞추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보일러를 돌리다가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실패도 거듭했지만 관련서적을 뒤져 원인을 파악할 정도로 매니아가 됐다.

그렇게 열대작물에 푹 빠진 황씨는 3년 전 안동에 정착하면서 약 3천㎡(1천평)의 노지에 결국 그가 꿈꾸던 파파야 농장을 차렸다.

황씨가 유독 파파야를 택한 이유는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4~5년 걸리는 다른 과수와는 달리 파파야는 성장속도가 빨라 씨를 심은 뒤 5개월 만에 열매가 열리는데다 완숙까지 1년이 채 안 걸리기 때문이다.
 

▲ 황순곤씨가 재배하는 파파야, 망고, 몽키바나나 등 다양한 열대작물.

다소 생소한 이름의 파파야는 익지 않은 열매조차 식재료로 쓰이고 잎과 어린 열매를 고기와 함께 찌면 고기가 연해지고, 볶아 먹으면 죽순 맛이 날 정도로 부드럽다. 또 꽃과 속을 함께 채소로 활용하고 종자는 독특한 맛으로 향신료로 쓰이기도 한다. 잎 추출물로 만든 차도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태국이나 필리핀 등 다문화 가정에서 조리용으로 많이 찾는 등 파파야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어떤 작물을 재배하든 간에 먼저 귀농해서 자신이 선택한 작물을 어떻게 재배해서 주 고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처럼 파파야의 장점이 우수하더라도 판로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 농장을 차리기에 앞서 황씨는 다양한 판로를 미리 개척해 놨다. 파파야의 판로가 비교적 다양하다는 사실을 안 그는 단순히 열매만 파는 것이 아니라 묘목도 팔고, 관상용 분재로도 판매한다.

농장 오픈 초기 단순히 식용 재료나 열매를 파는 정도에서 관상용이나 교구교재용으로 판매할 정도로 규모가 확대됐다. 시장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소비자가 직접 기르는 데에 초점을 맞춰 부가가치를 높인 것이다.

판매루트도 인터넷 카페, 페이스 북, 트위터, 블러그 등 사이버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인터넷 카페를 만들면서 전국 1천여 명의 회원도 확보했다.

시장으로 출하되는 묘목은 판매량에 따라 파파야, 몽키바나나, 용과(선인장 열매), 황금 연꽃 바나나 등 4가지 순이다. 이 가운데 파파야와 비교적 2m 내외로 자라는 몽키바나나가 그해 열매를 수확할 수 있어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어린 묘목 1본 가격은 4천~6천원 선이지만 묘목이 성장한 상태에 따라 5만원에서 10만원 대에도 판매될 경우도 있다. 특히 관상용으로 호평받는 파파야 나무의 경우 기르기 쉽고 심은 뒤 5개월 후면 열매가 맺어 필요에 따라 다양한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농장 수입도 4년 전 처음 시작할 당시 보다 최근에는 연 억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매출신장 폭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여름이면 노지에서 자란 열대작물들을 직접 보기위해 단체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에는 농업진흥청 기후대처 담당공무원들과 전라도 농업기술원 소속 모니터 직원 20여명이 이 농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 노란 속살을 드러낸 파파야.

“귀농·귀촌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충분한 준비 없이 섣불리 시작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황씨는 최근 농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꺼번에 묘목 500본을 주문한 한 고객에게 애써 50본으로 줄여 판매하면서 충고한 일화다.

그는 처음부터 수입에 집착해 무리한 투자를 경계할 것을 예비 귀농인들에게 주문했다. 자신은 취미로 시작해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귀농 희망자들은 충분한 예비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실천 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결국 결실을 일궈낸 귀농 3년차 황씨. 보드빌더에서 파파야를 유달리 사랑하는 남자로 변신한 그는 오늘도 자신의 미래 희망이 될 파파야 씨앗을 심고 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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