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채옥순 할머니, 폐지 팔아 모은 쌈짓돈 포항시장학회 기탁

▲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면서도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포항시 장학기금에 기탁한 채옥순 할머니(82)가 기자의 요청에 쑥스럽다면서 장학금 기탁증서를 보여주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내 먹을 거 실컷 먹고 언제 남을 돕습니꺼. 덜 쓰고 덜 먹더라도 보람 있어 괜찮아예”

굽은 허리로 매일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80대 할머니가 어렵게 모은 쌈짓돈을 장학금으로 선뜻 내놔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남구 해도동에 사는 채옥순(82) 할머니.

채 할머니는 지난 8일 해도동주민센터를 통해 장학금 10만원을 기탁하고 포항시장학회로부터 증서를 받았다.

비록 지금까지 포항시장학회에 기탁된 장학금들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지만 그 가치는 어느 기부자보다 크다.

23살 때 남편을 잃고 하나 있는 아들마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어려워 가끔 연락이나 하는 정도여서 채 할머니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홀몸노인이다.

정부로부터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30만원에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두 바퀴 동네를 뒤져 모은 폐지를 판 2~3만원이 채 할머니의 한 달 수입이다.

폐지를 접고 또 접어 손수레 한가득 실으면 100kg. kg에 50원 하는 폐지를 채 할머니가 장학금으로 내 놓은 10만원 어치 모으려면 더 이상 실을 곳 없어 기울듯한 손수레를 40번이나 고물상에 내다 팔아야 한다.

친딸처럼 7년째 채 할머니를 돌보는 홀몸노인 생활지도사 황정애(51)씨는 “최근에 폐지 줍는 노인들이 엄청 늘은데다 기동력이 좋은 젊은 사람까지 뛰어들다 보니 할머니가 손수레 한가득 채우려면 열흘을 종일 돌아도 안된다”고 했다.

황정애씨가 지도하는 어르신 28명 중에 `절약` 하면 채 할머니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황씨는 “7년을 알고 지내면서 양말 하나, 그렇게 좋아하는 과일 하나 제대로 사드시는 것 못 봤다”면서 “변기 물이 아까워 소변도 따로 보관해뒀다가 하루에 한 번 내릴 정도다. 입을 거 안 입고, 먹을 거 안 먹고 모은 할머니에겐 정말 피 같은 돈이라”고 말했다.

한때 약을 먹을 정도의 우울증으로 고생한 채 할머니. 정부에서 꼬박꼬박 나오는 생활비로 밥 걱정 없고 황씨처럼 따뜻한 주변의 도움에 지금은 세상이 고마워 우울증도 말끔히 나았단다.

채 할머니는 “끼니 걱정 안해도 되니 얼마나 좋습니꺼. 요즘 같으면 진짜 살맛 납니더. 나라에서 보잘 것 없는 나를 위해 이렇게 베푸는 데 되돌려 줄 것이 있어 다행 아입니꺼. 얼마 안되지만 공부가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하는 아이들 위해 쓰인다니 생각만 해도 기쁩니더”라고 했다.

/최승희기자 shcho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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