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신년 화두는 `귀농·귀촌`
⑶ 봉화 박상욱·김현희 부부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귀농·귀촌과 전원생활을 꿈꾸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귀농·귀촌은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막연히 가고 싶어하는 곳 중의 하나가 경북 봉화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갈라지는 곳에 있는 봉화는 자연재해가 비교적 적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저렴한 땅값으로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귀농 대상지로 주목받고 있다.

 

▲ 몇 해 전부터 오미자농사에 심혈을 기울이며 정성을 다해 꽃을 솎아주는 김현희 ·박상욱씨 부부.

봉화군에는 무엇보다 전원생활학교와 현장실습형 귀농교육, 귀농 인력양성 전문교육 등 귀농 단계별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돋보인다.

귀농희망자, 귀농준비자 및 초보 귀농인을 대상으로 귀농 전부터 정착 이후까지 단계별 교육과정 운영으로 도시민들이 농업과 농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계획이다.

봉화군은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자 이사비용, 빈집수리비, 교육훈련비, 정착장려금, 정착지원보조사업 등 다양한 사업비지원과 함께 예비귀농인에게 상담과 현지안내 등을 도와주는 귀농 간사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도시민유치지원센터, 귀농인의 집 등의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예비귀농인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봉화군은 `파인토피아 봉화 텃밭 퀵서비스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텃밭 퀵서비스 사업`은 봉화의 청정농산물을 꾸러미로 구성하여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사업이다.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여우천에 가면 누구하고도 비교하지 않는 자신들만의 행복 만들기, 희망 만들기에 빠져 사는 귀농 10년차 박상욱·김현희씨 부부을 만날 수 있다.

좁지만, 정감 넘치는 농로 길을 따라 일년내내 마르지 않는다는 여우천이 흐르고, 냇가를 경계로 울창한 산림이 빙 둘러싸 녹음이 짙고 깊다.

참나무, 소나무, 떡갈나무를 비롯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바람을 맞으며 자연의 노래를 들려주고, 햇살 가득 품은 산등성이에 민들레, 지칭 개, 물푸레, 이름 모를 야생화와 약초가 사방에 널렸다.

박상욱·김현희씨 부부를 만나러 가는 봉화로의 길은 가파른 듯 정감 있고, 비탈진 듯 평화롭다.

부부는 2003년 5월에 처음 이 길을 걸었고,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매일 이 길에 서 있다. 추리소설을 6편이나 출판한 작가로, 국문학을 전공하고 시민단체 상담전문가로 여느 도시민처럼 살아가던 그가 왜 봉화까지 왔을까.

작품구상을 위해 심산유곡을 여행하던 중 여우천을 만난 박상욱 씨는 아내에게 여우천 찬가를 입버릇처럼 불렀고, 부모님의 투병과 이별을 겪으면서 삶과 행복에 대한 가치를 진지하게 생각하다 봉화로 귀농을 선택했다는 것. 그때가 2003년으로 요즘처럼 귀농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귀농에 조건이 있고 농사에도 호봉이 있습니다”

농사꾼으로 변모한 박상욱씨의 부인 김현희 씨의 말이다. 귀농 10년차인 부부는 봉화군에서 귀농멘토로 활동할 만큼 전문 영농인이 다됐다.

“사람 사는 곳은, 그곳이 도시든 시골이든 살아가는 원칙은 차이가 없습니다.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실하고, 겸손하며, 남 말에 귀 기울이고, 이웃과 교류에 먼저 발벗고 나서는 적극성이 좋습니다. `한때 잘나갔는데`, `옛날에 이름 꽤 알아줬는데` 식으로 과거를 내세우거나 집착하는 분은 실패하거나 정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다음으로 차근차근 배워가며 적응할 때까지 예비기간을 둘 것을 권했다.

농사에도 호봉이 있다고 강조하는 부부는 처음부터 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한 호봉 한 호봉 올라간다고 마음을 먹으면 몸도 마음도 농사꾼으로 적응하기가 한결 쉬워진다고 했다.

특히 처음부터 경제적인 투자를 무리하게 하고 수입에 집착하는 것은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자신의 경험이 아닌 느낌과 주변의 권유로 토지를 능력 이상 사들이고, 농기구, 주택 등 환경개선에 무리한 투자는 후유증이 크다는 것.
 

2~3년 예비기간을 두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한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만큼 투자하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나가라고 조언했다.

셋째 자기신념이 중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농사는 힘들고, 농사꾼의 삶은 여유롭지 않으며, 육체적 고단함도, 겨울철 추위도, 여름철 더위도, 자녀의 교육 등등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할 때도 수시로 있다는 것.

그럴 때마다 우리 가족이 왜 봉화를 선택했는지, 처음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는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 가족과 비교는 하지 말고 스스로 신념을 확고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봉화가 귀농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탓에 귀농상담도 매우 많다. 박상욱·김현희씨 부부의 농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상담하는 건수도 매월 20여 건에 달한다.

부부는 귀농 초기에 2~3년 정도 고추농사를 지었고, 농사품목을 변경해오다 몇 해 전부터 오미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밖에도 산나물, 두릅, 콩, 고추농사는 유기농 친환경재배로 가꾸고 있다.

부부의 집 앞마당은 야생 꽃이 빙 둘러싼 테두리 안으로 100여 개의 크고 작은 장독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귀농 10호봉 아내의 미래비전이 담긴 산야초 효소 장독대이다.

처음에는 산에 나는 풀들이 그놈이 그놈으로 구별하지 못했는데, 해를 거듭하고, 공부를 할 수록 이름과 약효, 특징이 쏙쏙 들어온다고 한다.

봄부터 겨울까지 산과 들에 나는 초목과 산열매를 채취하여 발효, 숙성시켜 산야초 효소를 생산하는데 주변 분들과 조금씩 나눠 먹다가 지금은 아예 부업으로 주문판매까지 하고 있는데 인기가 좋다는 것.

아이들 교육은 사실 귀농의 조건 가운데 가장 고심이 큰 부분. 아이들의 적응과 교육문제를 물어봤다. 1남2녀중 첫째는 봉화군 소천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 마을에서 서울대학교 합격생 배출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둘째와 막내도 모두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한다.

“봉화에 오기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이들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 나오는 길이 상쾌하다. 크게 심호흡하며 몸을 정화하고 여우 천에 손과 발을 담근다. 농로 길로 두 아이가 재잘거리며 걸어온다. 여우천에 자리 잡은 이웃집 아이들인가 보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산울림이 되어 여우천에 울려 퍼진다.

봉화/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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