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사년 신년 화두는 `귀농·귀촌` ⑴프롤로그
상주시 지난해 귀농인 500가구 달성… 전국 `귀농·귀촌 1번지` 자리매김
낭만적 전원생활 아닌 치열한 삶의 현장… 성공정착 위해 철저한 준비를

▲ 상주시 이안면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귀농인 이정우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본격적인 은퇴 시기와 맞물려 귀농.귀촌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귀농·귀촌 가구는 지난 2001년 880호에서 2011년 1만500여호를 넘었고 지난해는 2만여호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우리나라 산업화와 민주화 등 현대사의 주역이자 흔히 `낀세대`라 불리는 숙명을 타고났다.

이들 세대는 대다수가 농촌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근대산업사회를 쫓아 탈농촌한 세대들이다. 어릴 때부터 보고자란 부모 부양의 책임에다 도시문화속에 자란 자식 뒷바라지로 눈코 뜰새 없이 50여년의 세월을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이들이 이제 여우도 죽을 때는 자기가 살던 굴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심정으로 조용한 휴식을 희망하며 농촌 전원생활을 갈구하는 또 하나의 사회세력으로 등장했다.

이들의 나이는 공자(논어 위정편)가 말한 하늘의 뜻을 깨닫고 남의 말을 들으면 이치를 아는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에 걸쳐 있다. 농촌인구의 감소와 도시인구의 과밀 및 일자리 부족,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 은퇴, 여기에 각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시책이 맞아 떨어져 귀농·귀촌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비중 있는 과제가 되고 있다.

 

▲ 예비귀농인들이 상주에서 현장체험 교육을 받고 있다.


□왜 귀농·귀촌이 화두인가

귀농·귀촌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귀농·귀촌 수요의 증가가 가장 큰 이유이며 이것이 도시와 농촌,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고령화, 부녀화는 농업 노동력 부족과 노임상승으로 이어져 농업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면서 농촌지역 소득양극화, 유휴농지 증가, 식량자급률 저하 등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20호 미만 과소화 마을 증가와 함께 기초생활서비스 취약, 대중교통운행 감소, 마을단위 생산자조직 미흡 등으로 공동체사회의 붕괴를 불러오고 있다. 또 도시지역의 과도한 인구 집중과 도농간의 격차 심화는 돈과 기술,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경험 있고 유능한 인적자원을 농촌지역으로 유입시켜야 한다는 당위성까지 요구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의 추축을 감당하고 있는 712만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후 인생 2모작을 자연생태적인 다양한 삶에서 찾고자 한다.

이 뿐만 아니라 1, 2차 산업에 머물고 있는 농촌을 향토음식 개발과 농가민박, 농촌체험 등 관광·레저,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장 지도자와 고급인력의 충원이 절실하다. 이는 시대 추이로 볼 때 안정적인 소득 보장과 함께 귀농·귀촌인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의 실태

귀농ㆍ귀촌 인구는 전국적으로 2001년 880호, 2005년 1천240호, 2010년 4천67호 , 2011년 1만503호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상반기에만 이미 8천706호에 달했고 아직까지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 연말까지 2만여호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2%, 40대 24.4% 등 60세 이하가 75%로 귀농ㆍ귀촌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귀농ㆍ귀촌의 목적은 전원생활 74%, 농업의 본격적 경영 22%, 기타 4%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농어촌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마을 인구와 활력 유지 31%, 땅값 등 주민 재산가치 상승 6%, 영농종사 인력 확보 19%, 지역을 위해 일할 인재 확보 12%, 지역의 세수 증대 2%, 별다른 긍정적 변화 없음 29%, 기타 1%로 70%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생각하고 있다. 특히 귀농ㆍ귀촌 후 정착을 못하고 떠나는 이유로는 일자리 부족 34.6%, 사업자금 조달 15.4%, 이웃 주민과의 갈등 3.8%, 부족한 소득 26.9%, 영농기술 부족 3.8%, 기타 15.4%로 나타나나 귀농ㆍ귀촌인들의 일자리와 소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2010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귀농·귀촌인이 정착한 상주시의 경우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목은 곶감, 포도, 시설오이 등 단기간내에 소득 창출이 가능한 것이어서 일자리와 소득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 지난해 상주시로 500번째 귀농을 한 김종성씨 부부와 성백영(오른쪽) 시장의 환영행사 모습.


□귀농·귀촌 정책 및 시책

귀농·귀촌과 관련한 2013년도 정부 정책 및 시책의 기본방향은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기관 등 각 기관의 특장점을 활용해 역할을 구분하고 기관간 연계, 협력을 통해 정책 시너지 효과를 높이면서 초보 농업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하는데 맞춰져 있다.

특히 국회에서도 귀농·귀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26일 `귀농어업인 농어촌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바 있다. 그 내용은 5년마다 귀농어업인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비롯해 귀농어업인 실태조사, 일자리알선 및 농어업경영 지원, 조세감면 등이다.

귀농·귀촌 시책의 좋은 사례로는 `귀농·귀촌 1번지`로 통하는 상주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상주시는 2010년 귀농·귀촌인 육성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에는 전국 최초로 `귀농귀촌특별지원팀`과 `귀농귀촌 서울사무소`를 개설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공적인 귀농 준비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귀농 전, 후의 단계적 준비가 필요하다. 귀농전에는 가장 먼저 마음다지기와 가족의 동의 얻기가 선행돼야 한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귀농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한 후 자신감과 확신이 생길 때 결심을 굳힌다. 2단계는 정보와 기초지식 습득이다. 농사를 짓기 위한 정보를 철저히 수집하고 지자체 등의 상담창구를 방문하거나 귀농교육에 참가한다. 3단계는 영농교육 사전이수와 영농체험·현장견학 등을 해야 한다. 농업을 체험하거나 농업 기초지식을 몸에 익히면서 텃밭농사나 주말농장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단계는 자신의 여건과 적성, 기술수준, 자본능력 등을 고려해 농업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선택작목과 생활조건 등을 감안해 귀농후보지를 검토하고 현지를 직접 찾아가 농지·주택·연수기관·농업 및 농촌 관련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5단계는 목표하는 농업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몸에 익히는 것이다. 6단계는 자금 확보다. 농업에 필요한 자금과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의 생활자금을 융자할 가능성까지 포함해 검토해 본다. 7단계는 농지관리와 영농에 적합한 주택을 확보하는 것이다. 8단계는 영농계획 수립인데 생산계획과 판매계획, 자금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적게는 6개월, 길게는 4~5년이 소요되므로 자신있는 작목, 가격변동이 적은 작목, 기술과 자본이 적게 드는 작목을 선택해 귀농 첫해의 어려움을 피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농규모에 맞는 기계나 시설을 확보하는 것인데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기계 임대사업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 상주시 함창읍에서 국화 농사를 짓는 귀농인 전선규씨.

□귀농 후 성공적인 정착

귀농 후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는 1단계로 제2의 인생 설계를 해야 한다. 실패하지 않는 귀농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을 통한 선행학습이 필수 조건이다. 2단계는 현실 적응하기로 농촌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귀농의 장밋빛 환상만을 가지기보다 농촌이라는 공간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그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3단계는 성공할 수 있는 조건 만들기다. 생활공간을 옮긴다는 것은 가족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므로 가족의 동의와 이해가 절대 필요하며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 맺기도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중요 요소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녹아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4단계는 전문 영역을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농촌생활을 하면서도 도시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반농반사를 하는 귀농인도 많다. 5단계는 친분관계와 소비자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도시생활에서 쌓았던 사람과의 관계는 농촌생활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

6단계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는데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기 위해 농업을 단순한 1차 산업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2, 3차 산업과 연계해야 한다. 교육농장, 치료농장, 농가숙박, 농가맛집 등이 좋은 사례다. 끝으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귀농에 정석은 없다.

귀농·귀촌은 인생의 또 다른 페이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저마다의 해법을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귀농·귀촌 지원 서비스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귀농 유의사항

귀농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것인 만큼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수이다. 무작정 귀농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귀농의 목적과 목표가 구체적이고 독창적이어야 하며 차별화된 아이템도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넓은 토지에 집착하거나 욕심을 내면 안된다. 땅이 남는 장사라는 투기적 발상은 절대 금물이며 빈집, 임차농지 등을 활용해 최소비용으로 출발해야 한다.

지나치게 부푼 꿈을 자제하는 한편 영농설비도 최신식으로 한방에 해결한다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 자본보다 기술과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예기다. 농촌에 왔으니 목가적 생활을 즐기겠다는 사고는 소득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지역주민로부터 빈축을 살 수 있고 이웃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잘난 척, 배운 척, 있는 척하는 3척은 절대 환영받지 못하며 정착에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사소한 일이라도 이웃과 함께 친분을 쌓아가며 희생적 화합을 도모할 때 비로소 원주민의 반열에 합류할 수 있다.

상주/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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