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증 지참 손님에 돈육 600㎏
3년간 매년 400여장 모아 기증

대구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에 또 다른 명물이 있다.

헌혈증을 가져가면 600g의 돼지고기를 주는 새댁식육점 사장 이태원(49·사진) 씨가 그 주인공.

지난 2010년 1월 이 씨가 우연히 서랍을 정리하다가 천덕꾸러기처럼 방치된 헌혈증서를 발견하고 꼭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의 식육점 앞에 `헌혈증을 가져오시면 고기를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3년여 동안 이씨는 매년 400장에 가까운 헌혈증서를 모아 백혈병이나 골수암 환자 등 수혈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해 왔고 올해도 380여장을 동구자원봉사센터에 기증할 예정이다.

그동안 이 씨의 헌혈증 수집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타지역에서 헌혈증서를 무상으로 기증하려는 사람들과 지역 대학의 헌혈 서포터즈 회원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씨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기값을 할인해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하면 발급하는 자원봉사 마일리지 통장을 제시하면 10% 할인해 준다.

올해는 직접 새신가족봉사단을 구성해 기초생활 수급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3개월에 한 차례씩 생일잔치를 열었고 지난달에는 연탄 1천장을 전달하는 등 나눔과 봉사는 끝없이 진행되고 부인과 두 딸도 음악봉사와 장애인 봉사 등에 열성이다.

이 같은 활동이 알려지면서 지난 2010년 9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 2월에는 우리나라에서 25인을 선정하는 생명나눔 인물에 선정됐으며 지난 11월 사랑의 열매가 선정한 `착한 가게`로 뽑히기도 했다.

이태원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을 늘 봐왔기 때문에 전염이 된 것 같다”며 “수혈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장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헌혈증서 수집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