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국에 2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민들도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럽 등지에선 원전폐기 방침을 밝히거나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선 원전폐기와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정부가 기존 원전정책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잦은 원전고장과 가짜 검증서·무검증서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영광 핵발전소가 점검과 수리를 위해 가동을 중단, 올겨울 전력공급 부족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상황도 우려된다.

특히 가짜 검증서와 무검증 부품이 가장 많이 사용된 영광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에서 원전시설이 가장 밀집된 울진·경주·울산·부산 등 영남권 동남해안의 주민들은 여간 당혹스럽지 않다. 여기서도 가짜와 무검증 부품이 쓰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 건설된 원전1기가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4기의 원전 건설계획이 확정된 상태여서 가동중인 원전에 대한 불신과 건설이 확정된 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한수원이 안일한 사태수습 방식으로만 일관한다면 장차 어떤 사태가 올지 두렵다.

지금까지 여러 사건과 사고, 부품 관련 파문, 지경부를 비롯한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거짓말과 늑장 대응, 안전불감증 등에서 드러난 원전관련 문제점은 한마디로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의 무책임과 무능이 불신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신에 대한 처방은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확실한 대책을 내놓고 안전을 투명하게 보증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먼저 원전 사건사고에 대해 한수원측이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온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국내 모든 원전시설에 대한 한수원 자체 검사가 아닌 제3자의 객관적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독립된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원전의 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와 안전감시센터가 반관반민형태로 안전확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위 등을 통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제3의 독립기구를 통한 제도적 확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현재의 한수원이나 원자력안전위가 옥상옥을 만든다고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자신들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제3자의 통제를 받는 것이 옳다. 이를 통해 부품의 가짜검증 외에도 한수원 등의 거짓말에 대한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

향후 원전건설 계획의 추진문제는 국민들의 여론과 전문가들의 공청회, 국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판단해야할 과제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면 이미 확정된 원전건설계획에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재논의 절차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원전의 재논의는 감정적이고 비이성적 사태의 발생으로 문제해결이 꼬이지 않도록 대비하는 방법이다. 근본적으로 원전건설 정책의 폐기여부와 관련이 있는 만큼 국민의 안전과 대체에너지 개발의 경제성, 에너지정책 변경에 따른 과도적 문제 등을 함께 면밀하게 다루어야 한다.

특히 대선국면에서 후보간에 원전불안이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는 점은 이상하다. 너무 풀기 어렵고 판단하기 어려워서 그런지 알 수 없으나 이 문제는 분명하게 후보들의 입장을 밝히고 설명할 사안이다. 다른 이슈에 파묻혀 이 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올바른 대통령 선택에 실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