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대통령 투표일이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어떻게 된 셈인지 후보들끼리 정책 대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유권자가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기 어려우니 누구에게 국정운영을 맡겨야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후보들이 건전한 상식으로 선거를 치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대마저 물건너 간 것같다.

선거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근본 이유는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 늑장, 그리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후보의 후보단일화 게임에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선거의 규정을 정하는 투표시간 연장과 중간사퇴후보의 선거지원금 반환문제가 대선의 주요 이슈인 정책과 인물검증문제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치르자면 먼저 입후보절차, 선거운동방식과 투표방식, 개표방식 등 선거절차와 투개표에 관련된 규정을 정하고, 이에 따라 후보가 출마의사를 밝히고, 정책을 제시하면 국민이 출마자의 인품과 정책을 검증해서 투표하고 개표로 결정하는 것이 상식적인 과정이다.

안철수 후보는 국민을 상대로 자신의 출마와 관련, 국민들의 의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제대로 된 기자회견 한번없이 출마를 선언해놓고, 무슨 `콘서트`니 하며 이벤트만 계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번씩 불쑥불쑥 정책인지 정책논평인지 아리쏭한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검증절차는 생략하고 있다. 안 후보에 대해 국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후보단일화문제에 대한 속셈이다. 단일화를 할 것인지 말것인지의 문제는 안 후보를 대선의 실질적 후보로 볼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만약 단일화를 하겠다면 언제까지 할 것이고, 어떤 조건으로 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단일화 시한이 정해진다면 그 시한까지 안후보는 최종주자를 봅는 예비후보에 불과하다. 문 후보와 정치혁신부터 합의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통합민주당 창당에 참여해서 노선결정에서부터 자신의 입장을 내놓고 정치를 함께할 것인지를 결정했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후보 또한 마찬가지다. 단일화를 제안하는 것은 스스로 최종후보를 뽑는 과정의 예비후보임을 자처하는 것과 같다. 물론 안후보와의 단일화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후보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후보로 생각하지않을 수 없다. 더욱이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대통령후보이긴 하지만 안 후보와 단일화할 경우 단일화의 조건에 따라 민주당의 정체성에 변화를 가져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문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과 국민참여 투표자들이 단일화에 동의하고 지지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이같은 후보미정 사태에서 박근혜 새누리당의 최종후보가 같은 대선 후보의 자격으로 토론을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의 본후보가 예비후보 성격의 후보들과 상호 검증 토론을 벌이는 것은 국민들의 눈에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3자 토론을 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3자의 정치적 입장이지 여야단일 후보의 정치적 입장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후보미정 상태의 시간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지만 적어도 대선후보등록이 시작되는 이달 25일을 넘겨서는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생긴다. 법적으로는 투표일전까지 단일화할 수 있지만 포기하는 후보는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비용을 지원받는 염치없는 짓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검증이 부실한`묻지마 대선`으로 향후5년간의 국정운영을 불안케 한 책임은 야권에 있다. 선거법을 고쳐서라도 앞으로는 이런 선거가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