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반미·반불시위 이어져… “표현의 자유로 다른 종교 모욕 안돼”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영화에 이어 한 프랑스 잡지가 무함마드의 벌거벗은 모습을 그린 만화를 실으면서 이슬람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에 격분해 시작된 항의 시위에 `무함마드 풍자만화`가 기름을 부으면서 19일(현지시간)에도 이슬람권 전역에서 격렬한 반미(反美)·반불(反佛)시위가 이어졌다.

문제의 만화를 실은 프랑스 잡지 홈페이지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마비됐고, 잡지사 앞에는 기동 경찰이 배치됐다.

`자유를 위한 시리아연합`이라는 한 이슬람 단체는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실은 잡지사가 증오를 조장했다며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레바논에서는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조직한 시위에 1만여 명이 참여해 “더는 모욕은 참을 수 없다”며 “미국인에게 죽음을! 프랑스인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헤즈볼라 상징 깃발을 든 시위대는 거리를 행진하며 “예언자를 모독한 이들에게 복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남부 도시 나바티예에서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KFC 지점이 무장 괴한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나빌 카우크 헤즈볼라 고위 관계자는 “무함마드를 옹호할 준비가 돼 있는 우리의 분노를 조심하라”며 미국과 프랑스에 이슬람교도를 화나게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레바논의 한 시민은 프랑스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금요 예배가 열리는 21일 20개국의 대사관과 학교 문을 닫기로 한 데 대해, 대사관 경비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잡지사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다른 종교를 모욕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자마트 에 이슬라미` 소속 학생 1천여 명이 거리를 점거하고 반미 구호를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웠다.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도 시위대 1천여 명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형을 불태웠고,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변호사 500여 명이 외교 공관으로 몰려들어 반미 구호를 외치고 파키스탄 정부가 이슬람 모독 영화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또 항의 시위에 참여하기를 거절한 파키스탄 한 사업가는 시위대에 의해 신성 모독으로 고소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21일을 무함마드를 기리기 위한 국경일로 선포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천여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카불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미국인에게 죽음을!”, “이슬람의 적들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시위대 수백 명이 성조기를 찢고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관에 계란을 던지는 등 시위를 벌였다.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서도 이슬람교도 수백 명이 처음으로 시위에 나서 수도 콜롬보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 모여 이슬람 모독 영화에 항의했다.

이런 가운데 들불처럼 번지는 이슬람권 시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빌 엘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문제의 만화가 충격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상처입은 아랍권에 “거부 반응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다독였다.

튀니지 집권당 엔나흐다도 무함마드를 공격한 행동을 규탄하면서도 이슬람교도들에게 “아랍의 봄을 서구권과의 갈등으로 바꾸려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촉구했다.

무슬림 모욕 영화를 비판하면서도 언론 자유의 권리를 보호하는 태도를 보여온 미국은 무함마드 풍자만화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이미지가 많은 사람에게 모욕적이고 분노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말해왔다”고 밝혔다.

카니 대변인은 “이런 종류의 만화도 출판될 수 있다는 권리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이를 출판하겠다는 결정 뒤에 숨어 있는 판단력에 의문을 가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슬람권 시위에 대한 공개 토론의 일환으로 `이슬람의 순진함`을 상영하겠다고 밝혔던 독일의 한 단체는 상영 계획을 취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