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항 활성화 방안
훈춘, `차항출해` 방식으로 나진항 빌려 동해로 나가는 출구 확보
하얼빈 대우인터내셔널, 영일만항 통한 흑연·전자제품 수출 기대

▲ 이도백하에서 하얼빈까지 열차로 이동한 10시간 내내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 농장을 볼 수 있었다.

지난달 찾은 훈춘은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었다. 시내, 시외 가릴 것 없이 도시 곳곳에 건설용 타워크레인이 숲을 이루고 있다. 중국 내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위축은 훈춘에서만큼은 예외다. 포항시청 소속 정재화 담당은 “다른 도시 부동산은 떨어져도 훈춘은 2년 사이 두 배가량 올랐다. 아파트 가격이 포항시와 맞먹는다. 거품이라는 말도 있지만, 개발에 따른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0년 중국 정부가 내놓은 장춘-길림-훈춘을 잇는 `창지투 개발 계획` 덕분이다.

그런데 훈춘에는 항구가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차항출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이다. 약 50㎞ 떨어진 북한 나진항을 빌려 동해로 나간다는 구상이다. 계획은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거의 완공된 훈춘~나진 왕복 2차선 고속도로와 장성택의 중국 방문이 이를 상징한다.

훈춘은 항구 도시 기능을 조성해 가고 있다. 지난 4월엔 접경도시로는 처음 국가급 경제특구인 `훈춘국제무역합작시범구`로 지정됐다. 이웃 러시아의 연해주와 북한의 나진항을 겨냥한 조치다. 2020년까지 조성될 시범구는 90㎢ 면적에 제조단지, 보세구, 북-중 합작구, 중-러 합작구 등 4개 구역으로 개발된다. 그 개발의 선두에 포스코가 앞장섰다. 지난 10일 착공식을 가진 포스코·현대 국제물류단지가 그것이다. 훈춘시 박진순 항만국장은 “보세구를 만들어 나진항 화물의 세관업무를 훈춘에서 처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그러면 훈춘은 50㎞ 내륙의 항구도시가 된다”고 말했다.

훈춘에서 한·중 무역업에 종사하는 전정관 대표는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판매량이 두 배나 늘었다”며 “보따리 장사만 해도 먹고 사는 건 걱정없다”고 했다. 그는 훈춘~나진 고속도로 개통으로 북한행 중국 물품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훈춘은 지금 동북아의 물류 허브로 탈바꿈하고 있다.

훈춘을 중심으로 나진항 이용이 확실시되는 동북 3성의 기업인을 만나봤다.

글 싣는 순서
① 동북아 거점으로 육성되는 훈춘
② 경제기술개발구 장춘
③ 훈춘 포스코물류단지 개발 청사진
④ 동북3성 진출 기업의 목소리
⑤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1)
⑥ 영일만항 물량 유치의 난제(2)
⑦ 영일만항 활성화의 관건

△ 흑룡강성 하얼빈 대우인터내셔널
흑룡강성은 중국 내륙 동북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넓은 땅과 3천900만명의 인구, 지하자원 등 많은 이점을 가진 곳이다. 아직 중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또 흑룡강성은 중국에서 가장 큰 석유공업기지이며, 석유의 매장량과 산유량이 중국에서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산업은 석유화학을 비롯해 자동차, 전자, 식품, 제약산업 등이다. 한국은 러시아와 일본에 이어 흑룡강성의 3위 교역국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최귀룡 하얼빈 대표는 흑룡강성의 광산자원, 특히 흑연을 주목했다. 그는 “흑룡강성은 중국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가졌고, 매년 4천만t의 산유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 채굴되지 않은 천연가스의 규모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탄 매장량도 220억t에 이르는 데다, 연 생산량도 1억t을 기록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확인된 광산자원은 110종에 달하고 흑연도 중국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영일만항은 흑룡강성의 광산자원을 공략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기존 상해 인근 남방에서 생산되던 흑연이 고갈돼 흑연 채굴·가공하는 공장들이 새로운 흑연을 찾아 흑룡강성으로 이전하는 추세”라며 “국내에도 휴대전화 배터리 등 흑연 수요가 많기 때문에 나진항 개방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남북관계만 좋아진다면 포항으로선 중국 흑연 수입과 함께 영일만항을 통한 전자제품 등의 수출로 인한 항로 개설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요녕성 심양 SK네트웍스
“현재로선 SK네트웍스의 훈춘 진출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꼭 진출해야 하는 시기는 올 것이다. 북한 나진항 개방과 훈춘 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의 변화를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심양에서 직접 운영하는 한식당 `진지(ZINZEE)`에서 만난 SK네트웍스 전현수 중국대표의 말이다.

그는 동북 3성의 나진항 이용에 따른 진출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국과 중국 동북 3성은 연간 교역액이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동북 3성에 대한 한국의 투자액도 40억 달러에 달한다. 또 SK, LG, CJ, 롯데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은 동북 3성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면서도 “주요 산업 분야에 대한 논의와 포럼 등이 줄을 잇지만, 양국 기업과 유관기관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우려하는 듯했다.

하지만, 전 대표의 우려와는 달리 북한이 10월 초 개통 예정인 훈춘~나진 고속도로 준공식에 맞 큰 폭의 개방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국가자산으로 규정하는 주택을 외국인에게 분양할 것이라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역시 개혁·개방과 관련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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