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제언, 전문가에게 듣는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은 대통령 권한과 입법·사법권 등 수평적 분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차기 정부에서는 중앙의 권력을 지방으로 나누는 수직적으로 권한을 분산시키는 지방분권형 개헌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지역대표인 상원·인구비례로 뽑는 하원 `양원제` 도입
교육·경찰자치, 특별행정기관 이관, 세제 개편도 필요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어느 한 곳에서 권한을 움켜쥐고 효율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분권이 시대적 흐름이고 필연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지방분권을 핵심정책으로 추진했고, 트레이드 마크였다. 분권촉진법, 균형발전특별법을 만들고 혁신도시, 기업도시, 세종시 이전 등을 통해 지역혁신발전계획을 시도한 성과는 있었지만 지방분권은 지지부진했다. 교육자치, 경찰자치, 특별관서 지방이관, 권한일괄이양 등 제대로 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도 분권과 지역발전, 광역경제권 정책이 존재했지만 동력이 미흡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인위적이고 강제적으로 지역균형정책을 추진한데 대한 반성으로 시장중심적인 경향이 강했고, 분권과 지역혁신이 부족했다.

새 정부는 지방분권의 흐름에 따라 수직적 권력구조를 재배치하겠다는 철학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서울 집중현상은 권한 집중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제의 근거, 자치단체의 권능 등을 제시할 뿐 나머지는 일반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따라서 자치단체의 자기 책임성, 자기 결정성, 자주 재정권 등에 대해 헌법적 보장이 부재하다. 헌법의 전문과 총강에 지방분권국가라는 점을 천명하고 행정·재정의 분권에 대해 보장하는 쪽으로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국회 권력도 인구 수가 많은 중앙에 넘어가고, 지역은 힘을 못 쓴다. 지역대표로 구성되는 상원과 인구비례로 뽑는 하원을 두는 양원제를 도입해야 한다.

교육·경찰자치, 특별행정기관 지방이관, 세제개편이 필요하다. 지방분권 헌법에 따라 중앙과 지방이 모든 업무를 일괄분석해서 권한의 주체와 한계, 책임을 재정립해야 한다.

또 대통령과 시·도지사와의 지역정책 협의가 있고, 행안부 장관과 행정부지사간 협의가 있지만 모두가 중앙의 뜻에 따라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협의회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이 이뤄지면 이런 부분에 대한 강제장치를 둬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추진중인 지방행정개편작업도 자치단체의 규모를 무조건 키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중앙정부-시·도-시·군·구의 단계를 줄이자는 취지인데, 행정을 거를 수 있는 단계가 있어야 하고 광역행정을 위해서도 현재 체제가 유용하다. 인위적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다.

행정단계를 줄이고 행정구역을 확대하면 그만큼 새로운 행정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장·군수 등 지방정치인에 대한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지방자치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인과 시민들이 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만큼 한번 정당공천 없이 시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강원도 동해, 강원 북평고, 동국대 행정학, 행정고시 15회, 강원도 강릉시장, 내무부 지방행정연수원 교수부장, 강원도지사,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청와대 지방행정특별보좌관, 율곡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