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4·11총선을 앞두고 `나꼼수`란 말이 열병처럼 번지면서 정치판에 저질 정치공학적 술수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물론 첨단미디어를 이용한 팟캐스트 방식의 방송이 기득권 계층과 지배층에 대한 야유와 비꼼이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가져오는 정서를 타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는 경향은 이해할 만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공격할 상대를 자기와 같은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민주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망각하고 증거도 없는 정보를 사실처럼 왜곡하면서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이른바 `꼼수`폭로는 팟캐스트의 무책임성 뒤에서 사회를 어둡게 만들어왔다. 이제 그런 꼼수가 단순히 특정 팟캐스트 제작자의 차원을 넘어 정치권 전반에 확산되면서 대통령 선거판마저 압도할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에 만연했던 금권선거와 흑색선전은 그 형태나 폐해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디까지가 금권선거인지, 무엇이 흑색선전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꼼수 정치에 함몰돼버렸다. 국민들의 정치적 선택권 행사에 엄청난 장애가 되고,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

금권선거의 경우를 보자. 4·11총선 관련 현명희 의원 공천헌금 사건과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의 측근 공천헌금사건 등은 단순하기 때문에 원시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양경숙 인터넷라디오21 편성본부장 사건은 사뭇 복잡하다. 돈 준 사람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얻기위한 것이라 했지만 중간에 돈을 받았던 양씨는 처음엔 투자금이라 했다. 정황으로 보아 이 돈을 모바일선거운동에 썼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수사가 어려운 것이나 민주당이 강하게 부인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아서 내용을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모바일선거인단 모집에 부정한 돈이 음성적으로 쓰였다면 총선이나 대선의 공천에 치명적 하자가 아닐 수 없다. 국민경선이라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의 모바일 선거가 금권선거로 왜곡된다면 이는 `국민`이란 이름을 앞세운 엄청난 꼼수정치인 것이다.

그보다 더욱 기가 막히는 현상은 대선이 불과 100일도 남지 않은 현재까지 여당후보 외에는 아직 누가 후보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항간에 나도는 추측으로는 민주당이 후보경선을 해서 누군가를 후보로 결정하면 안철수 교수와 후보단일화 작업을 통해 후보를 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가 안 교수에 밀릴 경우 대선의 국고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안교수 측이 페이퍼 정당을 만들면 민주당과 합당해서 후보단일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안 교수의 출마선언과 후보단일화 시점도 정치공학적으로 결정된다면 국민들은 야권후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선거를 치러야 할 형편이다.

이같이 꼼수가 엿보이는 안개속 대선후보 결정과정과 더불어 참으로 해괴한 것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란 것이다. 출마 여부를 자신도 모르겠다는 비정치인 안 교수를 계속 언론의 대선 지지도 조사에 올려놓는 것도 이상하지만 `묻지마 지지`를 유도하는 듯한 안교수 측의 정치술수도 현기증이 난다. 안 교수가 고도의 꼼수를 쓰고 있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그는 자신의 출마문제에 두 가지로 답하고 있다. 자신이 국정을 맡았을 때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국민이 자신의 출마를 바라는지를 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논리적으로 맞기도 하지만 동시에 틀리기도 하다. 다른 사람보다 나을지 못할지를 선거에 임박해서 결정하는 것도 그렇고, 국민의 지지는 선거결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새누리당의 한 공보위원이 안 교수의 뇌물과 여자문제에 대해 사적으로 했던 말을 공적으로 문제삼은 것도 양당이 모두 이상하다. 증거도 없이 사적으로 말한 것이나 이를 공적으로 문제삼은 것은 모두 꼼수정치의 성격이 짙다. 정책은 없고 꼼수가 판을 치는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과연 위기의 한국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