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즈 등 주요 언론들은 G20 국가들과 UN이 9월중 긴급 포럼을 열어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옥수수, 밀 등 주요 곡물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공동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옥수수 가격은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인 부셸당 8.4975달러를 기록했으며 소맥가격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곡물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국내에서도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서 곡물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의 곡물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먼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주요 곡물 생산국에서 가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작황이 악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옥수수의 경우 미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36%, 수출량의 41%를 점유하고 있는데, 7월 이후 주요 산지에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올해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맥 역시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역의 가뭄으로 작황이 크게 악화됐으며 대두도 세계 총 수출액의 50%를 차지하는 남미 지역에서 올 초 발생한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기상여건 악화에 더해 국제 곡물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투기자금도 곡물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옥수수 선물시장에서 7월중 순투기자금은 6월에 비해 240%나 증가하였으며 소맥 선물시장에서도 순매도에서 순매입으로 전환되는 등 투기자금이 빠르게 늘어나 가격 상승폭을 늘리고 있다.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장기적 요인으로는 신흥국 곡물소비 증가, 바이오 연료시장 규모 확대 등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수요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수급여건 변화를 들 수 있다. 곡물 수요는 세계 양대 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의 곡물 소비량이 2000년 이후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바이오연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나라가 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은 곡물경작면적 감소, 생산성 증가세 둔화 등으로 느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곡물의 재고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금년과 같은 공급 충격시 가격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곡물 소비량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곡물시장의 가격 변화가 국내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곡물가격 상승이 애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경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윤숙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사역

    이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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